'가문의 부활' 노리는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 자녀들

입력 2018-02-04 10:44  

'가문의 부활' 노리는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 자녀들
딸은 상원의원 선거 출마 검토, 아들은 부통령선거 불복 법정투쟁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중앙 정치권력 무대 진입을 꾀하고 있다.
마르코스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60)가 2016년 부통령 선거 패배에 불복해 법정투쟁을 벌이는 데 이어 딸 이미(62)는 상원의원 자리를 넘보고 있다.



4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미는 전날 기자들에게 "필요하다면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는 현재 아버지 마르코스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 주의 주지사를 맡고 있다. 2016년 지방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한 이미의 임기는 내년에 끝난다.
현지 정가에서는 이미가 연임 제한 규정으로 4연임은 불가능한 만큼 2019년 상원의원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한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지난해 10월 "이미가 훌륭한 상원의원 자질을 갖추고 있다"며 누나의 도전을 북돋웠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부통령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레니 로브레드 현 부통령을 상대로 1년 6개월 넘게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부통령 선거에서 여당 후보로 1천441만8천817표를 얻은 로브레도 부통령에게 26만3천473표 차이로 고배를 마시자 여당 측의 매표 등 부정행위와 투표기 오작동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선거구에서 무효표가 로브레도 부통령 득표로 계산됐다며 해당 투표지를 제시했지만 로브레도 부통령 측은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버지의 집권 시기가 필리핀의 황금기였다고 주장하는 마르코스 주니어는 일로코스 노르테 주지사, 하원의원을 거쳐 2010년 상원에 입성하는 등 정치적 보폭을 넓혀왔다.
마르코스 가족들이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부정축재 재산 반납을 거부하는 가운데 마르코스 주니어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마르코스는 1965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 집권에 나섰다가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했다. 그 직후 하와이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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