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 당연" vs "여성은 돌발상황 대처 못 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끼리 떠나는 여행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쟁도 함께 일고 있다고 사우디 국영 일간 알리야드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매나 여성 친구끼리 여행하는 일은 다른 나라에선 당연하지만, 여성의 외부활동에 관습·종교적 제약이 여전한 사우디에선 언론에서 주목할 만큼 새로운 '트렌드'인 셈이다.
사우디는 원칙적으로 여성이 외출이나 국내외를 여행할 때는 남성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허락을 받으면 여성끼리 여행할 수는 있지만 여성은 운전하지 못하는 데다 여성끼리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남성보호자와 동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신문은 또 사우디 여성들이 과거엔 남성 가족이 주도하는 여행을 따라갔다면 요즘엔 인터넷의 발달과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숙박, 교통을 예약하는 일을 맡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지닌 젊은 사우디 여성들이 가족에서 독립하는 문제를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더는 남편, 아버지, 남자 형제 등 남성보호자(마흐람)와 동행하지 않아도 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남성보호자와 동행할 때보다 여성끼리 여행할 때가 더 편안하고 재미있었다는 여성의 인터뷰도 실었다.
알리야드는 이런 '새로운' 유행에 대해 걱정하는 여론도 소개했다.
여행 중에 돌발상황이 생기면 여성은 이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매끼리 여행했다는 무디 알두와이시는 "자매끼리 해외여행을 하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망설여진다"면서 "여자끼리 여행을 갔을 때 우리 자신을 믿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은 "오래전부터 여행에 관한 일은 남자의 책임이었다"면서 "여성끼리만 여행을 간다면 항공편 변경, 각종 사고, 예약 취소와 같은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없어 위험한 모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여성은 "여성만 여행하는 것은 신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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