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단됐던 한중경제장관 회의가 1년 9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일 베이징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장관급)과 '제15차 한중경제장관 회의'를 열었다. 양국 장관은 자국에 진출한 상대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활동 여건 개선 등에 합의했다. 김 부총리는 중국 측에 한국산 자동차 배터리 보조금 차별, 중국 롯데월드 건설 중단, 롯데마트 매각 난항, 한국행 중국인 단체관광 제한 등에 대한 해결을 요청했는데, 많은 부분이 수용됐다고 한다.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경제차관급회의를 열다가 1999년 장관급으로 격상했으나 2016년 5월 제14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한중관계는 사드 갈등 이후 경제·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진통을 겪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달 정상회담을 열어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각종 경제 현안에서 이렇다 할 구체적 개선 조짐은 없었다. 한국산 자동차 배터리 수출과 롯데의 대중국 사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한국행 단체관광은 베이징시와 산둥 성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재개됐을 뿐이다.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정부 간 협력 채널을 만들어 침체했던 관광을 활성화하고 중국 동북 3성(省)에 양국의 지방자치 단체가 함께 자유무역 시범 구를 설치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산업·투자 부문의 협력, 한국의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연계 협력, 제3국 공동 진출 등에서도 함께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측은 제16차 회의를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한국에서 열기로 했다. 이번 경제장관회의가 양국 관계에 '해빙 무드'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회의 후 "한중관계가 그동안 다소 어려웠으나 이번 경제장관회의를 계기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며 "특히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일 안에 최고위급 회의가 열려 회담 채널이 복원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우리 대표단에 최고급 의전시설인 댜오위타이(조어대·釣魚台)의 숙소를 제공하고 회의 일정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양국 관계 복원을 중국도 그만큼 원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회의에 농림수산식품부·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정부 부처와 동급기관이 참여해 중국 측과 실무 협의 채널을 복원한 것도 주목된다. 앞으로 중국과 경제 문제를 다각적으로 논의할 길이 열린 셈이다.
한중은 이번 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 회복을 기대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면 머지않아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중국이 예전처럼 '사드 보복'이란 말 자체를 꺼내지 않은 데다 합의 이행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양측 모두 인내심을 갖고 입장 차이를 좁혀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한 한중관계는 아주 작은 일로도 다시 냉각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를 좀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안보와 경제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안에 따라 적절히 지렛대 효과를 높이되 꼭 필요하면 분리해 대응하는 식의 유연한 외교력과 협상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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