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환 출발점 만들 정부 '중재외교'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9일 방남이 결정되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변화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미 3각 소통의 마지막 퍼즐인 북미 접촉까지 성사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불발되더라도 한국을 매개로 한 북미간 간접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선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5일 북한 예술단 선발대를 필두로, 6일 예술단 본진, 7일 응원단, 9일 김영남 상임위원장까지 북한 인사들의 방남이 잇따르면서 활발한 소통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방남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접견한다면 우리 정상과 북한 고위급 인사의 회동을 통한 남북 정상의 간접 의사소통이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 조문단 일행의 방남 이후 약 9년 만에 이뤄지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남북관계와 관련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이 '친서' 또는 구두 메시지 형식으로 문 대통령에게 전해지고, 문 대통령의 입장도 김 상임위원장을 통해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의미 있는 진전에 필요한 북핵 문제 진전의 열쇠를 쥔 북미관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이 북미대화의 핵심 의제로 삼고 있는 핵·미사일 문제에서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에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간의 접촉이 성사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펜스-김영남 접촉'이 성사되더라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하자는 미국과, 이른바 자신들이 주장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없이는 핵과 미사일을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다만 북미가 평창에서의 고위급 접촉을 시작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 경우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와 북핵 협상의 두 바퀴를 동시에 굴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반대로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올림픽 이후로도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지 못할 경우 4월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와 그에 대한 북한의 반발성 도발 등이 맞물리며 한반도 정세는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일단 전문가들은 향후 정세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출신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5일 "미국은 대북 최대 압박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에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은 터라 양측간에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정부가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되 상황에 맞게 냉정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보내기로 한 것은 북미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일 수 있는데, 미국이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올지 몰라서 지금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 누구도 장담키 어렵다"며 "올림픽 계기로 남북당국자 간에 다양한 접촉이 이뤄질 테고 우리는 거기서 확인되는 북한의 의도를 미국에 전달할 텐데 우리가 북미대화로 연결할 수 있는 경로를 잘 찾아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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