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IOC 위원장·집행위원들, 평창선수촌 투어서 선수들과 환담
24시간 서양식·한식·할랄 식단…밴쿠버·소치보다 시설 훌륭해
(평창=연합뉴스) 장동우 기자 = 5일 언론에 개방된 평창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선수들의 보금자리인 평창선수촌은 말 그대로 평화와 우정이 넘치는 '작은 지구촌'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집행위원들은 이날 오전 평창선수촌에서 '평창올림픽 휴전벽' 제막·서명 행사를 마친 뒤 곧바로 선수촌 투어에 나섰다.
전날 우리나라에 온 장웅 북한 IOC 위원도 선수촌 투어에 동행했다.
선수촌 웰컴센터를 지나 국기광장까지만 허락됐던 선수촌의 문은 올림픽 개막 나흘을 앞두고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여느 국제대회처럼 선수촌은 대학 기숙사처럼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아파트에 둥지를 튼 각 나라 선수들은 대형 자국 국기를 내걸고 올림픽 기간만큼은 이곳이 자신의 영역임을 만방에 알렸다.
국기광장을 넘어 선수촌 내 식당과 생활공간 입구에서 외부인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포토부스였다.
선수들은 부여받은 바코드를 대면 이곳에서 추억에 간직할 '셀피'(셀프 카메라)를 찍을 수 있다.
IOC 선수위원을 뽑는 기표소도 눈에 띄었다. 강릉과 평창선수촌에 머무는 선수들은 후보 6명 중 뽑고 싶은 사람을 8년 임기의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기간 당선된 유승민 IOC 선수위원 겸 평창선수촌장은 바흐 위원장에게 "역대 최고 투표율을 여기에서 기대한다"고 했다.
'Athlete's Room'은 선수들의 작은 휴식 공간이다.
선수들은 포근한 분위기에서 모니터 4개를 붙인 대형 화면을 보며 머리를 식힌다.
또 태블릿 PC와 게임을 즐기며 치열한 경쟁을 뒤로하고 잠시 한숨을 돌린다.
평창에서 '쿨 러닝'에 도전하는 자메이카 봅슬레이 여자 대표 선수 중 자즈민 펜레이터 빅토리안(32)은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어 IOC 위원들이 익숙하다.
그는 바흐 위원장에게 "자메이카와 비교해 평창이 약간 춥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선수촌의 하이라이트인 식당은 24시간으로 운영된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맛있는 음식을 섭취해 실력을 100% 뽐낼 수 있도록 식단은 서양식, 한식, 할랄 푸드 코너로 차려졌다.
메뉴는 아침, 점심, 저녁 세끼마다 모두 바뀐다.
식당 한가운데 배치된 대형 샐러드 코너를 중심으로 햄버거, 파스타, 피자 등으로 이뤄진 서양식 코너, 할랄식으로 조리된 할랄 코너가 선수들을 기다린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할랄 코너 파이줄 하즐리 요리사는 "조리방법만 할랄일 뿐 서양 음식과 비슷해 서구 선수들도 잘 먹는다"고 귀띔했다.
우리나라 한식 코너에는 잡채, 보섭살 구이, 부추전, 야채김밥, 불고기 김밥, 메밀묵 무침, 김치, 국수, 우동, 돼지고기 볶음, 해물 굴소스 볶음 등 다채로운 음식이 차려졌다.
식당에서 바흐 위원장 일행을 만난 각 나라 선수들은 평창선수촌 시설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캐나다에서 온 여자 선수는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게 없다"고 하자 웃음꽃이 피었다.
녹물이 나오는 등 부실한 시설로 눈총을 받은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낙후한 시설을 꼬집은 것으로 들렸다.
크로아티아의 한 봅슬레이 선수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시설보다 나은 것 같다"고도 했다.
다만 같은 팀의 안토니오 젤리치는 "시설이 만족스럽지만, 실내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이 좀 작은 것 같다"고 평했다.
화장실에는 콘돔이 비치돼 필요한 선수가 언제든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 선수촌에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인 콘돔 11만 개를 배포한다.
콘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엠블럼 등이 새겨져 친구나 지인들에게 기념품으로 선물의 가치가 높다고 한다.
선수촌엔 진료 처방소인 폴리 클리닉도 있다. 몸이 아픈 선수들은 언제든 이 곳에서 치료와 조제된 약도 받는다.
IOC는 이곳에서 선수들이 성폭력 신고도 할 수 있도록 '세이프가드 오피서'를 선임했다. 세이프가드 오피서는 전 세계에서 온 20명의 전문가와 더불어 성폭력 상담과 근절에 앞장선다.
odis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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