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찍고, 퍽 두고 장난치고…진지한 훈련 속 '화기애애'한 모습
(강릉=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함께 호흡을 맞춘 지 열흘여가 지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온전히 '원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5일 오후 12시 45분부터 1시간 15분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첫 공개 훈련을 했다.
전날 스웨덴과의 평가전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 위주로 북한 선수 8명, 한국 선수 7명 등 총 15명만 링크에 나와 구슬땀을 흘렸다.
북한 선수들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재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헬멧 뒤에 작게 쓰인 등번호 숫자가 없다면 남북 선수를 쉽게 구분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훈련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머리 감독이 김도윤 코치를 통해 지시하면 북한 선수들은 전혀 버벅거리지 않고 한국 선수와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일대일 경합 상황, 공수전환 상황, 수비를 제치고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선수들은 남북 구분 없이 한데 섞여 링크를 달리고, 스틱을 휘둘렀다.
링크 옆에 이날 훈련에 나서지 않은 한국 선수 2명과 북한 선수 1명이 나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셀카'를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대일 경합 훈련 중에는 이규선 코치가 북한 선수에게 골을 허용하자 잘했다는 듯 활짝 웃었다. 북한 선수 역시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훈련이 끝나자 선수들이 퍽을 정리하는 와중에 한국의 정시윤과 북한의 황설경이 장난스럽게 퍽 빼앗는 놀이를 했다. 이들은 대표팀 스태프가 "어서 정리하고 가자!"고 외치자 그제야 장난을 멈췄다. 이어 둘은 물을 마시며 깔깔거리는 모습이었다.
훈련 중간에 머리 감독이 설명할 때면 북한 선수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듯 작전판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귀화 선수 임대넬은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나 "이제 한 팀으로서 플레이하고 있다"면서 "라인 동료가 누가 되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호흡을 잘 맞춰 경기에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리 한도희는 훈련 소감을 묻는 질문에 "(북한 선수들이)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지도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이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라면서 "코치진은 라커룸에서 남북 선수를 나눠서 보지 않고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선수들은 '경기장 어땠나?'. '훈련은 어땠나?'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한 선수가 "괜찮습니다"라고만 말한 채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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