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회장 거취 놓고 위기감 고조…연임 2년차 위기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KT 안팎에서 황창규 회장의 거취를 두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KT 새노조 등은 5일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회장의 퇴진을 재차 요구했다. KT 기존 노조 가운데 최대 규모인 본사지방본부도 참여했다.
이들은 조만간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KT와 황 회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같은 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광화문 KT 사옥을 찾아 임의 자료제출 방식으로 정치자금 불법 기부혐의와 관련된 추가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 31일 압수수색 당시 요청했던 자료다.
황 회장은 앞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후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정권교체 바람 속에서도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퇴진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31일 이뤄진 경찰의 압수수색은 KT 내부의 위기감을 더욱 자극했다. KT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은 2014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당시 KT 분당과 광화문 사옥을 11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관련 임원들의 줄소환도 예고한 상태다.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6년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산 뒤 이를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일부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T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전임 CEO(최고경영자)들의 사례로 비춰볼 때 평창동계올림픽 이후가 진짜 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 회장은 다음 달이면 두 번째 임기를 정식으로 시작한 지 2년 차가 된다.
과거 연임에 성공한 KT 전임 CEO들은 정권교체 이후 하나같이 검찰 수사를 받다 연임 2년 차를 넘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석채 전임 회장은 연임한 지 1년 8개월 만인 2013년 11월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사퇴했고, 앞서 남중수 전 사장도 연임 8개월 만인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며 사임했다.
전임 CEO들이 물러날 때마다 사퇴 압박용 표적 수사 논란이 불거지며 'KT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KT는 착잡한 분위기다.
KT 관계자는 "대다수 직원은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며, 회사가 더이상 혼란에 빠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수사 중인 사항에는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okk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