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연방수사국(FBI)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미국 주요 기관들을 해킹한 혐의를 받는 영국인 해커 로리 러브(32)가 미국 강제 송환 위기를 일단 넘겼다.
영국 런던의 항소심은 5일(현지시간) 미국 송환을 거부하는 로리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지능과 신체발달은 정상이지만 대인관계와 사회 적응이 떨어지는 야스퍼거 증후군 판정을 받은 로리는 자신은 영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만일 미국으로 송환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위험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지지자들 역시 로리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아주 크다며 재판부에 송환 금지 결정을 촉구해왔다.
로리는 지난 2012~2013년 FBI, 연준, 미 육군, 국방부,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 미 주요 기관들을 해킹해 방대한 자료를 훔친 혐의로 2013년 10월 영국에서 체포됐다.
법조인들은 해킹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99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로리가 영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는 합리적 이유가 없고 만일 미국에 송환된다면 그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판결 취지를 내놨다.
다만 재판부는 "재판부가 로리의 혐의들에 대해서 영국에서 기소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이 끝난 후 로리는 법원 밖에서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보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이번 결정이 다른 사람들과 뇌 구조가 다른 이들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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