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평창, 북미간 외교전쟁 플랫폼 돼 버려…한국 애꿎은 곤경 처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오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북미 간 정치게임'이 본격화하면서 '평화 이벤트'로서 올림픽을 앞세우는 한국이 곤란한 입장이 될 수 있다고 미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 관계의 새 돌파구를 마련, 한반도 정세를 바꾸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겨냥한 북미 간 수 싸움이 가동되면서다.
CNN방송은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전면에 내세우려 하고 있지만, 북미 간의 정치적 샅바 싸움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며 "양자의 정치게임은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업체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아니타 바슈 연구원은 CNN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북미의 외교적 전쟁을 위한 플랫폼으로 전락했다"며 "결과적으로 긴장은 분명히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를 개회식에 참석도록 하는 등 북한의 '약한 고리'인 인권 문제를 고리로 최대 압박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CNN은 북한 측 고위급 대표단 인사들과 웜비어 부친이 근처에 앉아 개회식을 참관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하루 전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만찬이 예정된 오는 8일 북한은 열병식을 통한 무력 과시를 예고해 놓고 있다.
CNN은 "미국이 오토 웜비어 부친을 평창올림픽에 데리고 오는 것은 분명히 북한을 자극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이에 맞서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수백 개의 미사일과 로켓들을 과시, 전 세계를 향해 자신들의 군사력이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안보전문 민간정보회사인 스트랫포의 로저 베이커 부회장은 "미국은 북한의 최근 화해 움직임에 대해 대화를 향한 입구가 아니라 한미 관계를 약화하기 위한 지연·시간벌기 전술로 간주, 압박 전술에 변화를 가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북한은 북한대로 현재의 대화가 비핵화 논의와 무관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올해도 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핵·미사일) 프로그램 완성에 근접해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북한의 올림픽 참석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이 극도로 정치화된 게임이 되면서 한국이 애꿎게 곤경에 처하게 됐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들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당면과제로 하는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약화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한국 측의) 외교적 승리도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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