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팀 구성·사무실 개소…민간·경찰 공동 조사 나서
"강제성 없는 임의조사"…현직 경찰관으로 조사 대상 한정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등 경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진 사건들에 대한 경찰의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경찰청은 6일 이 같은 사건 진상조사 실무를 맡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팀'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조사팀은 총괄팀장 아래 3개 팀으로 구성되며, 외부에서 채용한 전문 임기제 공무원 10명과 경찰관 10명이 조사관으로 활동한다. 활동 기간은 1년이며 6개월씩 2차례까지 연장할 수 있다.
우선 조사 대상은 작년 8월 발족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권고한 5개 사건이다.
5개 사건은 백남기 농민 사망, 용산참사, 평택 쌍용차 파업, 밀양 송전탑 건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이다. 이 사건들과 관련한 경찰권 행사에서 인권침해 부분을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조사팀은 우선 백남기 농민 사망, 용산참사, 쌍용차 파업을 1차 조사 대상으로 묶어 조사한 다음에 밀양 송전탑과 강정마을 사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진상조사위는 아울러 이들 5개 사건 외에도 경찰권 행사에 관한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오면 경찰청에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경찰 수사를 거쳐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건도 대상이다.
다만 이번 진상조사는 형사사건 수사처럼 법적 구속력이 없어 조사팀이 체포나 압수수색 등 강제적 수단을 보유하지는 못한다.
진상조사위 성격은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상 자문기구 역할이며, 출석 요구 등 조사 가능한 대상은 '진상조사 사건과 관련된 경찰청 및 그 소속기관 공무원'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현직 경찰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피해자나 목격자 등 민간인을 조사할 수 있으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건 당시 경찰 지휘부 등 퇴직 경찰관도 동의가 없으면 조사할 수 없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조사 목적은 경찰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경찰법, 나아가 헌법이 정한 법치주의 원칙에 따랐는지 보는 것"이라며 "수사가 아닌 조사이며 강제적 권한이 없는 임의조사"라고 설명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퇴직한 분들은 거부하면 조사가 어렵겠지만, 현직은 조사활동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지방경찰청과 해당 부서에 내릴 것"이라며 "직원들이 취지를 잘 이해하고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조사팀의 진상조사 결과 경찰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음이 확인되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원인과 법·제도상 미비점 등을 분석해 재발방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청장은 조사 결과에 따른 관련자 처벌 가능성에 관해 "실정법 위반이 있으면 내부적으로 징계 등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진상조사의 주목적은 경찰권 행사의 적정성을 보는 것"이라며 "처벌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위도 우선 조사 대상 사건 가운데 이미 법적 책임소재가 가려졌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 있지만, 이번 조사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경찰력 개입 전까지 공권력 행사에 얼마나 신중했는지, 불법행위라 해도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절차와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수사 등 일반 형사절차와는 초점과 방식, 목표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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