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성폭력·성추행을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세계로 번지는 가운데 영국 대학 캠퍼스의 성 비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지난해 5월부터 익명으로 학내 성 비위 피해 신고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9개월간 모두 173건이 접수됐다.
케임브리지대에 따르면 접수된 사례의 다수(119건)는 학생 간 성 비위였고 7건은 대학 교직원 사이에서 발생했다.
2건은 교직원을 상대로 학생이 제기했으며 나머지는 교직원이나 학생과 무관한 사례들이었다.
이 신고 프로그램은 성 비위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익명으로 처리된다는 게 특징이다.
신고 사이트에는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주는 링크를 제공하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케임브리지대는 익명성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신고 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그레이엄 버고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년에 한두 건씩 접수되는 불만사항은 대학이 더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대응을 수립하는 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라고 프로그램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익명의 신고 수단을 통해 케임브리지대의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이 겪은 문제를 알리고 있다. 이는 우리 대학의 성 비위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대뿐 아니라 영국 내 다른 대학 캠퍼스에서도 성 비위 피해자들이 정식으로 고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로 케임브리지대에서도 익명 신고는 173건이 접수됐으나 지난해 10월부터 12월 3개월간 정식으로 신고된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맨체스터대 등 인근 다른 대학들도 익명의 신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결과를 공개한 것은 케임브리지대가 처음이다.
버고 교수는 "이제 우리가 보장해야 할 것은 (성 비위) 피해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지와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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