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브래들리 마틴은 상아·뿔 밀거래 추적에 일생 바친 탐사 고발자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한상용 기자 = 상아와 코뿔소 뿔의 밀거래 실태를 추적해 세상에 고발하는 데 평생을 바친 에즈먼드 브래들리 마틴(75)이 케냐에서 피살됐다고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이 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유엔 코뿔소 보존 특사를 지낸 바 있는 브래들리 마틴이 지난 4일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집에서 흉기에 목을 찔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미국인인 그는 수십 년간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지의 암시장에 바이어로 가장해 접근, 상아와 코뿔소 뿔의 구체적인 거래가를 파악하고 밀거래 현장을 몰래 촬영해 세상에 알렸다.
그는 지난해 동료와 함께 쓴 보고서에서 라오스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상아 밀거래 국가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를 위해 그는 동료와 함께 조폭, 마약 밀매업자들이 판치는 중국 카지노에 머무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다.
브래들리 마틴은 1970년대에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코끼리 수가 급증하는 케냐로 건너간 뒤 야생동물 범죄 근절을 위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을 펼쳐 동물보호 분야의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BBC방송은 평가했다.
중국이 1990년대에 코뿔소 뿔 거래를 금지하고 올해 상아의 국내판매를 금지하는 데도 브래들리 마틴의 노력이 이바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코끼리를 구하자'라는 책을 출간했다.
BBC방송은 브래들리 마틴이 최근 조사차 다녀온 미얀마에 대해 기록하다가 숨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강도 미수사건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브래들리 마틴 피살 사건을 계기로 목숨을 건 환경운동가들의 위태로운 삶도 재조명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전 세계에서 환경보호 활동가가 197명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일주일에 거의 4명꼴로 살해당한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2002년 처음 통계가 잡히고 나서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희생자들은 자신들의 토지와 야생동물, 천연자원 등을 지키려다 변을 당했다.
가디언은 이들 피해자가 확장과 소비 주도의 글로벌 경제 시대에 광산과 대규모 농장, 밀렵꾼,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에 맞서 투쟁을 벌였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환경운동가 등이 피해를 본 국가로서 인도와 터키,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 멕시코, 콩고민주공화국, 필리핀 등을 거론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부패 감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위트니스'의 선임 활동가 벤 레더는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편"이라며 "공동체들이 진정으로 토지와 천연자원 사용에 관한 결정에 참여할 때까지 (반대의 뜻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괴롭힘과 투옥, 살해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youngkyu@yna.co.kr
gogo21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