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리아서 격추후 '자폭' 비행사 애국영웅 칭송

입력 2018-02-06 15:33   수정 2018-02-06 15:52

러시아, 시리아서 격추후 '자폭' 비행사 애국영웅 칭송
필리포프 소령, 반군에 생포 피하려 산화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시리아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현지 반군에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의 조종사가 생포되지 않으려 자폭했다고 영국 언론이 러시아군 발표 등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 추락한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 로만 필리포프(33) 소령이 시리아 반군 무장대원들에 포위된 채 자결하는 장면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을 보면 필리포프 소령은 전투기 추락 인근 장소에서 무장 대원 약 10여 명이 바위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러시아어로 큰소리를 질렀다.


필리포프 소령은 당시 수류탄의 핀을 제거하기 전 "이것은 우리 조국을 위한 것"이라고 마지막 외침을 했다고 영국 매체는 전했다.
이후 '쾅'하는 폭발음이 나고 나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반군 대원 일부가 뒤로 물러나는 장면이 영상에 찍혔다.
텔레그래프는 필리포프가 수류탄으로 자폭하기 직전 2명의 반군 대원에게 총격을 가하는 영상도 인터넷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필리포프 소령이 수호이-25기에서 탈출해 지상에 도착하고 나서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다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러한 영상이 공개된 후 필리포프는 러시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필리포프에게 러시아 최고 사후 국가 포상인 '러시아의 영웅' 메달을 수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그는 삶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소지한 무기로 감당할 수 없는 싸움을 계속했다"며 "심하게 다친 그는 테러리스트들에 둘러싸인 채 그들이 수십 미터까지 접근해오자 자폭했다"고 밝혔다.
트위터에는 필리포프가 슈테츠킨 권총 한 자루, 탄창 3개와 함께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탄창 하나는 비었고 다른 하나는 절반이 빈 상태였다.
시리아 반군 대원이 필리포프의 저항으로 부상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러시아 현지 언론은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출신인 필리포프 소령은 시리아에 가기 전 러시아 연해주에서 근무했다. 그의 가족은 앞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앞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시리아 반군 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은 지난 3일 이들리브에서 휴대용 방공미사일로 필리포프가 조종한 전투기를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치인들은 미국 또는 서방의 동맹국이 그 무기를 시리아 반군에 지원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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