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너무 춥지만 정말 좋아…사람들이 우리 보고 용기 가졌으면"
(평창=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6일 오후 평창선수촌에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의 입촌식이 줄줄이 열렸다.
동계올림픽이 유럽, 북미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대회라는 점을 증명하듯이 이날 입촌식에 참여한 선수들은 대부분 서양인이었다.
오후 3시에 열린 입촌식은 달랐다. 봅슬레이 3명, 스켈레톤 1명 등 4명으로 구성된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뉴질랜드 선수단과 함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환영을 받으면서 이색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봅슬레이 3명의 선수는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세운 아디군(31), 출발할 때 썰매를 밀고 주행을 마치고 썰매를 멈추는 '브레이크맨' 아쿠오마 오메오가(26)·은고지 오누메레(26)다.
이들은 모두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이다. 아디군과 오메오가가 여자 봅슬레이 2인승 부문에 출전하며 오누메레는 '예비 멤버'다.
스켈레톤 선수는 캐나다계 나이지리아인인 시미델레 아데아그보(37)다.
열대우림 기후인 나이지리아에서 나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영하 20도 가까운 평창의 혹한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아디군은 "정말 춥지만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익숙해져야 한다"며 "북미(미국·캐나다)에서도 이런 날씨 속에서 경기를 치러봤다"고 말했다.
아데아그보는 인터뷰 내내 살을 에는 칼바람을 못 견디겠다는 듯 계속해서 몸을 떨며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입촌식에서 공연단과 함께 화끈한 춤 퍼포먼스를 펼친 4명의 선수는 인터뷰 도중 나이지리아 전통 노래를 부르며 다시 한 번 몸을 흔들었다.
평창올림픽에 임하는 이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최초의 동계올림픽 출전자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은 아프리카 출신 남녀 통틀어 역대 최초로 올림픽 봅슬레이 출전권을 따냈다.
아데아그보는 남자 스켈레톤의 아콰시 프림퐁(32·가나)과 함께 역대 두, 세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다.
그동안의 훈련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봅슬레이 선수들은 그림을 토대로 직접 만든 나무 썰매를 밀며 연습했다.
나무 썰매의 이름은 영국 이민자들이 미주대륙에 최초로 도착할 때 타고 온 배 '메이플라워'(Mayflower)와 비슷한 '매이플라워'(Maeflower)로 지었다.
이 썰매가 메이플라워처럼 자신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라는 바람과 함께 아디군의 죽은 자매 별명이기도 했던 '매이-매이'(mae-mae)를 기리는 의미를 담았다.
오메오가는 "세계가 우리를 이렇게 포용하고 감싸줘서 고맙다"며 "이게 곧 올림픽 정신 같다.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이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없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은 44위, 아데아그보는 71위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이 종목의 세계화를 위해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아디군은 "우리나라와 대륙을 대표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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