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묵호항에 입항했다. 만경봉호는 이날 오전 원산항을 떠나 동해 해상경계선을 넘었으며, 이때부터 우리 호송함의 안내를 받았다. 만경봉호는 묵호항에 정박해 있으면서 140여 명의 삼지연 관현악단으로 구성된 북한예술단의 숙소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북한예술단이 8일 강릉 아트센터 공연을 마치고 11일 국립극장 공연을 위해 서울로 이동하면 만경봉호는 북한으로 돌아간다. 만경봉호의 입항으로 남북 바닷길도 3년여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 2014년 11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중국 화물선이 나진항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싣고 포항 앞바다에 도착한 것이 마지막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회성이기는 하나 육로와 하늘길에 이어 바닷길까지 열린 것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북한예술단의 만경봉호 이용은 우리 국민이나 정부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북측은 애초 예술단의 방남 경로로 판문점을 제시했고, 지난달 23일 공연일정을 통보하면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고 해 그렇게 확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본진 방남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4일 만경봉호를 이용하겠다고 알려 왔다. 북측은 "숙식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붙였다고 한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도 북한 응원단은 만경봉호를 타고 왔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졌고 곧바로 단행된 5·24 대북제재로 북한 선박은 우리 해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돼 있다. 그래서 북한이 5·24 조치를 무력화하고, 더 나아가 한미일 해상 군사 공조를 깨려고 일부러 만경봉호를 이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고 했다가 방남 직전에 만경봉호로 바꾼 것이니 그런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예외를 인정해 만경봉호 입항을 허용했다고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큰 틀에서 5·24 조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사실 3년여 전 박근혜 정부 때도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사업에 대해 5·24 조치 예외를 적용한 바 있다. 그렇게 보면 크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닌 셈이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심했던 것으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과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을 꼽을 수 있다. 보수-진보 진영 간에 거친 주장이 오가고 남남갈등이 심해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남북단일팀이 구성돼 연습 경기를 갖고, 공동훈련을 진행해 보니 애초에 우려했던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 만경봉호 입항을 놓고도 남남갈등 조짐이 보이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당국은 만경봉호 입항과 관련해 "미측과 협의해서 제재 대상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편의제공' 합의에 따라 만경봉호에 제공하는 식자재도 제재 위반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미국산은 제외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하려고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만경봉호 입항 허용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분명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우리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의심하는 시각도 있는 만큼 경각심까지 풀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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