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인기 작가 투오마스 퀴뢰 신작…한국과 평창 동계올림픽 소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핀란드 인기 소설가 투오마스 퀴뢰가 한국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배경으로 쓴 최신작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세종서적)가 번역 출간됐다.
퀴뢰의 대표작 '괴짜 노인 그럼프' 시리즈는 까칠하고 엉뚱한 노인 '그럼프'를 주인공으로 현대 사회에 관한 익살스러운 풍자와 해학을 담아 자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인구 550만 명인 핀란드에서 50만 부 이상 팔려나갔으며, 2014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작가는 이런 성공으로 '핀란드 유머의 제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가 그럼프 시리즈의 최신판으로 한국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무대로 한 작품을 내놨다.
작가는 이 소설 집필을 위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치밀한 사전 조사를 하고 작년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서울과 평창 등 여러 장소를 답사하며 시민들과 올림픽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렇게 발품을 판 작품답게 한국 사회와 문화를 비교적 잘 반영하고 있다.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풍경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진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인기를 끄는 이유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그럼프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늘 뭔가 불만에 차 있고 "기분이 나쁘다"고 투덜대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원칙을 따르는 엉뚱한 말과 행동이 자주 웃음을 자아낸다. 오랜 세월 산전수전을 겪은 그가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견해에는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도 많다. 그는 보수주의자를 자처하지만, 세상에 살아있는 생명과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한국에 오는 이유도 그가 무척 사랑하는 손녀가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가 과연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소설의 앞부분만 봐도 개성 넘치는 그럼프의 캐릭터와 작가가 던지려는 메시지를 잘 알 수 있다.
"…왜 말도 안 되는 문제를 머리를 쓰지 않고 핵폭발로 해결하려고 하는가? 누구나 다 알지 않는가! 폭탄 나쁨. 식량 좋음. 고문 나쁨. 따뜻하게 지낼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음. 전쟁은 폭탄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전의 모든 전쟁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걸로 완전히 끝이다." (24쪽)
그럼프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인 '이 씨'를 만나 그의 초청으로 평창에 가게 된다. 아이스링크를 방문하고 김연아 선수의 놀라운 연기를 감상하고, 스키에 관한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스키점프대를 점검하기도 한다. '이 씨'의 운전기사 집을 방문해서는 한국의 맛있는 음식과 소주를 맛보고, 아직도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의 고통에 공감한다.
소설은 그럼프가 북녘의 지도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마무리된다.
"허풍은 당장 그만두고 뒷마당으로 가서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보십시오. (중략) 그 나비며 비둘기며 뒷마당이며 산이며 식물들을 오랫동안 쳐다보십시오. 필요한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십시오. 여전히 이 모든 것을 수소폭탄 곤죽으로 만들고 싶은지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 소설의 번역은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널리 알려진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이 맡았다. 따루는 현재 핀란드 투르쿠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248쪽. 8천800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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