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전쟁' 가속…"공무원은 이코노미석만 타라"…밀수차량, 불도저로 폐차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집권 연장 의혹을 일축하며 '부패와의 전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GMA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세관 창립기념 행사에서 "내가 하루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머무른다면 군과 경찰은 헌법 위반으로 나를 체포하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를 필리핀의 독재자로 지지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라며 임기 연장에 욕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에는 "내가 임기를 넘겨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으면 총을 쏘라"고 군경에 말했다.
그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발동한 계엄령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의 테러 위협이 여전하다는 이유로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한 데 이어 연방제 도입을 추진하자 야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장기 집권을 노린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당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6년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연방제를 시행하고 그의 차기 대선 출마하는 허용하는 내용의 헌법개정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권한 지 1년 8개월을 맞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불법 마약에 이어 공직사회의 부패에도 칼을 들이대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6일 세관에 압류된 밀수 차량 30대를 폐차하도록 지시하고 불도저로 폐차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총 시가 6천160만 페소(13억 원) 규모의 고급 승용차와 스포츠차량 등이 순식간에 고철로 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통상적인 압류 차량 경매 대신에 폐차를 지시한 것은 세관 공무원과 수입업자의 유착과 부패 행위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수입차 밀수업자들이 압류된 차량을 세관 경매에서 헐값으로 낙찰받아 이득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은 작년 8월 이후 약 7천 명의 직원 가운데 691명을 재배치했으며 불법 행위에 연루된 2명을 해임하고 16명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업무 출장을 위해 비행기를 탈 때 이코노미석만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우리 돈이 아닌 국민 돈을 쓰기 때문에 가장 싼 것을 이용해야 한다"며 "비즈니스석에 타려면 추가 비용은 개인 돈으로 내라"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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