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기도 바쁜데…" 동물·벌레 포획에 시달리는 소방관들

입력 2018-02-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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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기도 바쁜데…" 동물·벌레 포획에 시달리는 소방관들
경기도 작년 '동물포획' 출동 3만8천여건…전체 출동의 34%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경기도 소방관들은 세 번 중 한 번꼴로 멧돼지를 비롯한 동물을 포획하기 위해 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포획 요청에 따른 출동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주력해야 할 소방관들의 업무 경감을 위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포획 요청을 받고 소방대원이나 구조대원들이 출동한 횟수는 모두 3만8천193건이다.
이는 연간 총출동 건수 10만9천679건의 34.8%에 해당하는 것이다.
포획 요청을 받은 동물은 개가 43.2%로 가장 많고, 다음이 고양이 26.6%, 조류 9.4%, 고라니 8.6% 순이었으며, 멧돼지와 뱀 포획을 위한 출동도 846건과 1천343건이나 됐다.
조류나 쥐, 바퀴벌레를 포함한 곤충류, 농장을 뛰쳐나온 소 등을 잡아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동물포획 출동은 2014년 1만5천560건, 2015년 1만9천468건, 2016년 2만7천658건에 이어 지난해 4만건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멧돼지 출현에 따른 출동은 2016년 501건에서 지난해 846건으로 무려 68.9%나 급증했다.
이 기간 개와 고양이 포획을 위한 출동 역시 47.9%와 15.4% 늘어났다.
도 재난본부는 반려동물 사육 인구 증가, 각종 개발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 공간 감소,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 개체 수 증가, 국민의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 변화,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동물포획 요청에 따른 출동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 재난안전본부 안팎에서는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등에 대응하기도 충분하지 않은 소방·구조구급 인력의 업무 경감을 위해 인명 피해와 직결되지 않는 경미한 동물포획 등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바퀴벌레를 잡아달라고 하거나 동물 사체를 치워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다"며 "생활민원 처리 차원에서 구조대원들이 가급적 출동하고 있으나 화재 등으로 인력이 없을 때는 지자체 담당 부서 등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업무를 이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관들 사이에서도 경미한 동물포획의 경우 지자체 동물포획단 등에서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각 지자체 및 정부와 동물포획을 포함한 119의 생활민원 처리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k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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