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종가음식진흥센터 건립 추진…원형보존·대중화 시도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2016년 경북 안동을 찾은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서애 류성룡 선생 종가인 충효당에서 풍산류씨 종가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당시 오찬 상에는 너비아니 구이와 전복구이, 문어숙회, 고추찜, 탕평채, 청포김치, 수란, 보푸림, 사연지와 같은 음식이 올랐다.
상당수는 외지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음식이지만 몇몇은 낯선 것들이었다.
수란은 끓는 물에 달걀 겉만 살짝 익히는 것으로 종가마다 내려온다. 서애 종가에서는 잣 국물에 살짝 익힌 반숙 상태 계란을 넣고 게살이나 전복 등을 얹어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푸림은 안동 전통음식으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한 대구포를 두드려 솜처럼 만든 뒤 간을 한 것이다. 사연지도 제사 때 사용하는 김치 가운데 하나이다.
문어숙회는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조상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에 최고 음식으로 꼽는다.
대부분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으로 한국 음식 문화에 안동 고유 유교 전통이 스며든 음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회마을은 외빈이 찾을 때마다 대대로 전해오는 종가음식을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통하는 안동에는 매우 다양한 종가음식이 전해진다.
한 지역에 있고 음식 재료가 비슷해 얼핏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종가마다 전해지는 음식은 모두 다르다고 한다.
곳곳에 종가만 80여 곳이 되고 같은 성씨끼리 모여 사는 일명 '동성마을'도 47곳이나 된다. 종가음식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안동시는 종가음식 문화원형적 가치를 보존하고 현대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 '종가음식진흥센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조만간 센터 건립을 위한 용역을 시작할 계획이다.
종가음식진흥센터에는 연구개발(R&D)센터와 교육·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연구개발센터는 종가음식 원형을 찾거나 보존하고 현대화, 대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체험관은 관련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전문인력 양성을 맡는다.
종가음식 체험형 재배농장 등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관련 아카이브도 구축한다.
안동시는 종가음식진흥센터가 음식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동시 관계자는 "종가음식진흥센터를 건립하는 데 국비를 포함해 1천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종가음식 원형을 찾고 보존하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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