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유치원 대상…2009년 신종플루 유행후 휴교사태 처음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에서 최근 수년 간 가장 심각한 독감이 유행해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홍콩 정부가 '조기 설 방학'을 실시하기로 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당초 12일 시작될 예정이던 춘제(春節·중국의 설) 방학을 앞당겨 8일부터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의 설 방학을 한다고 밝혔다.
설 방학 종료 시기는 학교마다 다르며, 상당수 학교는 26일 개학할 예정이다. 중학교 이상 교육기관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홍콩 정부가 이 같은 긴급 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올해 겨울 독감이 너무 심각해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해 들어 5일까지 독감에 걸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간 성인 환자의 수는 모두 201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112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어린이 환자도 다수 발생해 11명의 어린이가 위중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3살 여자 어린이와 5살 남자 어린이 등 2명이 사망했다.
성인 환자와 어린이 환자를 모두 합쳐 새해 들어 전날까지 독감으로 사망한 환자의 수는 114명에 달한다.
특히 'B형 독감'에 걸린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 발열, 기침, 가래, 콧물, 호흡 곤란 등은 물론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폐렴과 가슴막염으로 번져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독감이 심각해지면서 병원마다 백신 예방접종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 백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독감 환자가 발생한 교육기관은 모두 369곳으로, 이 가운데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각각 42%를 차지했다.
홍콩에서 독감 유행으로 인해 휴교 조처를 한 것은 2009년 전 세계적으로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신종플루' 유행 이후 처음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저명한 의과대학 교수들과 의논한 끝에 이 같은 조처를 했다면서 이번 조치로 독감의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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