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7일 강릉컬링센터에서 금발의 앞머리를 곱게 땋아 '벼 머리'를 만들고 스톤을 굴리는 여성이 눈에 띈다.
푸른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아이스를 누비는 이 여성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핀란드 국가대표인 오오나 카우스테(30).
카우스테는 자신보다 스무 살 많은 토미 란타마키(50)와 짝을 이뤄 평창올림픽 컬링 믹스더블에 출전한다.
훈련을 마치고 만난 카우스테는 "다른 대회에서는 매일 다른 머리를 하고 경기했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기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전에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새로운 머리 스타일을 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며 웃었다.
카우스테가 머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그의 직업은 컬링선수 겸 헤어드레서, 그리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그는 메이크업 아트와 헤어드레싱을 전공했고, 핀란드 헬싱키에서 자신 소유 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웨딩과 스포츠 분야 각종 화보 촬영과 특수 분장까지 소화하는 전문가다.
핀란드 여자컬링팀의 스킵(주장)이기도 한 그는 다양한 명함을 갖고 있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려고 컬링에 온 힘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카우스테는 "드디어 여기에 오다니 너무나 기쁘다.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컬링에 쏟았다. 모든 면에서 더 좋아지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가슴 벅차 했다.
책임감도 크다.
핀란드는 3개 컬링 종목(남자컬링·여자컬링·믹스더블) 중 믹스더블에서만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땄다.
카우스테는 "세 팀이 모두 출전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한 팀이라도 올림픽에 와서 다행이다. 핀란드와 핀란드 컬링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믹스더블 대표팀은 2016년, 2017년 세계믹스더블선수권대회에서 연속 7위를 차지하며 거의 평창행 막차를 탔다.
8개 팀이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 믹스더블에서 약체로 분류되지만, 핀란드 대표팀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경북 의성 경북컬링훈련원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등 의욕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핀란드는 8일 평창올림픽 첫 경기에서 한국의 장혜지(21)-이기정(23)과 맞붙는다.
카우스테는 "의성 환경이 정말 좋았다. 컬링장도 좋고 얼음도 좋았다. 사람들도 모두 친절했다. 베이스캠프로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음식도 매일 한식으로 먹었다면서 "김밥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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