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우여곡절끝 네번째 총리직 예약…4개월 정치혼란 마무리

입력 2018-02-07 23:01  

메르켈, 우여곡절끝 네번째 총리직 예약…4개월 정치혼란 마무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내달 초께 4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이 7일(현지시간) 대연정 본협상을 타결지었다.
사민당이 46만3천여 명의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합의안 승인 투표만 통과하면 메르켈 총리는 총리직을 이어가게 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24일 총선에서 승리해 4연임의 길을 열었지만, 이른바 '자메이카(기민·기사-자유민주-녹색) 연정' 협상이 실패하면서 재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메르켈 1기와 3기 내각에서 소수 파트너였던 사민당이 제1야당을 선언한 가운데, 당시만해도 '자메이카 연정'은 메르켈 총리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난민 가족 재결합 등의 쟁점에서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해 연정 협상은 결렬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재선거를 치르거나 소수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을 압박한 끝에 연정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사민당은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후 진보 정체성의 확립을 내세우며 강한 야당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대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선거를 실시하겠다는 메르켈 총리의 '벼랑 끝 전술'에 손을 들었다.
재선거를 실시할 경우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을 더욱 불러일으키며 극우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만 이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민당은 메르켈 총리에게 견해차가 큰 사안에 대해선 새 정부 출범 이후 의회에 맡기는 '협력 연정' 형태를 제안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양측은 닷새간의 예비협상을 벌여 지난달 12일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
이후 사민당은 지난달 21일 특별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를 통해 합의안을 승인했고, 양측 간 본협상이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됐다.
본협상에서는 난민 가족 재결합과 기간제 근로 계약, 건강보험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샅바 싸움이 전개된 끝에 협상 마감시한을 3일 넘겨 타협이 이뤄졌다.
사민당이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데는 3∼4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여, 메르켈 총리의 4기 내각은 빨라야 내달 초께 출범할 전망이다.
사민당 전당원 투표만 통과하면 메르켈 총리가 당면한 정치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지만, 4번째 임기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이 대연정을 하더라도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중간평가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재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지난 4개월간의 정치적 혼란 과정에서 이미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은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더구나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의 지난 총선 득표율 합계는 53.4%에 불과해 대연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2013년 총선에서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의 득표율 합계는 67.2%였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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