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평창행 막차 김지헌 "형 꿈에서 제가 똥물에 수영했대요"

입력 2018-02-0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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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평창행 막차 김지헌 "형 꿈에서 제가 똥물에 수영했대요"
예비 명단에 있다가 6일에야 올림픽 출전 확정 '너무 큰 영광'



(평창=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아, 이거 되게 웃긴 얘긴데…."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국가대표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지헌(23)이 미소 띤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김지헌은 불과 이틀 전만 하더라도 이번 평창올림픽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20일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출전 선수 61명 가운데 48위에 머무르며 사실상 평창행 티켓은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6일 이번 대회에 나오기로 했던 스위스 선수가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게 되는 바람에 예비 명단에 있던 김지헌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7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을 마친 김지헌은 "5일 밤 9시가 다 돼서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헌에게 '혹시 좋은 꿈을 꿨느냐'고 묻자 그는 '웃긴 이야기'라며 형(김지훈)과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김지헌은 "한 살 위의 형한테 갑자기 전화가 와서 다짜고짜 '5만원만 보내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저도 '그런 얘기 할 기분이 아니니까 장난치지 마'라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형이 자신이 좋은 꿈을 꿨다며 내용을 들려줬는데 바로 형의 꿈에서 김지헌이 '똥물'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게 징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고 웃으며 "사실 그것보다는 주위에서 아쉬워해 준 분들도 많고, 도와주신 분들도 많아서 그런 마음이 통한 것 같다"고 지인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지헌은 "사실 올림픽 출전이 어렵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훈련을 중단하고 싶었다"며 "4년간 이것만 보고 달려왔는데 쉬고 싶었지만 토비 도슨 감독님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끝까지 따라오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딱 사흘만 쉬고 계속 훈련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게 외국에서 하는 올림픽이면 혹시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라 나가지 못하게 된 것이 너무 아쉬웠다"며 "그런데 이런 상황이 왔으니 너무 영광이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대회 목표를 묻자 그는 "성적을 생각하면 기량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마지막 월드컵에서도 코칭스태프가 '(올림픽) 되겠다. 부담 갖지 마라'고 했는데 그게 또 부담돼서 실수가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알파인 스키를 하다가 모굴 선수로 나선 지 5년 정도 된다는 김지헌은 "결과를 떠나 최선을 다해서 제가 할 것을 다 하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모굴은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9일에 예선이 시작되며 메달의 주인공은 12일에 결정된다.
김지헌에게 '형에게 그 5만원은 보내줬느냐'고 묻자 그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계좌 이체 바로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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