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구가 쇼트프로그램으로 추천…영화는 아직 못 봤어요"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 8일 오전 익숙한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삽입된 이동준 음악감독의 곡 '태극기 휘날리며'(Taegeukgi)'의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경기장을 메웠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브레이디 테넬(20)은 '태극기 휘날리며'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훈련복 복장의 연습 무대였지만, 그는 애잔한 음악에 맞춰 감동적인 연기를 펼쳤다.
테넬은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에 '태극기 휘날리며'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을 쓰고 있다.
훈련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테넬은 "피겨스케이팅을 함께 했던 한국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연기 프로그램이 '태극기 휘날리며'였다"라며 "그 친구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는데, 자신의 프로그램을 내게 추천해줬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음악을 듣는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라며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지만, 평창올림픽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강제규 감독이 연출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젊은 형제가 민족상잔(民族相殘)의 아픔을 겪는다는 내용의 영화다. 2004년 개봉해 1천17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개회식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선수 테넬은 태극기 휘날리며 OST로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테넬은 이런 배경을 알고 있는지 묻는 말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이 음악을 쓰게 돼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테넬은 아직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지는 못했다. 그는 "지금은 올림픽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간 뒤 영화를 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평창올림픽은 테넬의 첫 올림픽 무대다. 그는 지난달 열린 미국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 점수(219.51점)로 우승하며 당당히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올림픽 목표를 묻는 말에 "내 최고 점수를 경신하고 싶다"라며 "모든 순간을 즐기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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