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오늘은 눈도 그치고 날이 개는 줄 알았는데, 준비 없이 출근길에 나섰다가 진땀을 흘렸네요."
지난 7일 닷새 만에 제주도 전역의 모든 대설특보가 해제되고 기상청도 "주된 눈은 종료됐다"고 했지만, 예보가 크게 빗나가면서 출근길 불편이 빚어졌다.
제주지방기상청이 발표한 기상예보·정보를 보면 전날(7일) 저녁까지만 해도 이날(8일) 예상 적설량은 산지 1∼5㎝, 그 밖의 지역 1㎝ 내외에 그쳤지만 이날 새벽 들어서는 산지 2∼7㎝, 그 밖의 지역 1∼3㎝로 늘어났다.
그러나 예상 적설량은 이내 곧 산지 5∼10㎝, 그 밖의 지역 2∼8㎝로 크게 늘어났고 제주도 전역에는 다시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눈은 제주공항 활주로를 일시 폐쇄하고서 제설작업을 벌여야 할 정도로 쏟아졌다.
제주공항에서는 항공편 운항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오전 10시 기준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42편이 결항했고 15편이 회항했으며, 지연 운항도 속출하고 있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전날 대설주의보가 해제되자 닷새 만에 정시에 퇴근했다가 새벽녘 눈이 갑자기 쏟아지는 것을 확인하고서 부랴부랴 공항으로 나왔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아침 시간대 갑자기 눈이 쏟아지면서 시내 주요 도로 곳곳에서는 미끄러진 차들이 엉켜 출근 대란이 빚어졌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눈이 대부분 그쳤다는 예보가 나왔기 때문에 미처 월동장구를 챙기는 등 대비하지 못한 차들이 미끄러지거나 야트막한 오르막길조차 오르지 못하고 비상등을 켠 채 이곳저곳에 멈추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중산간은 물론 해안 지역 도로까지 눈이 쌓이고 얼어붙은 데다가 제설작업이 바로 이뤄지지 않아 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해야 했다.
제주시 이도2동 한 내리막길에 있는 삼거리에서는 차들이 연쇄 추돌해 일대가 마비되는 등 눈길 미끄럼 사고도 속출했다.
제주시민 박모(29)씨는 "평소 10∼20분 걸리는 출근길이 오늘은 한 시간 걸렸다"며 "어젯밤 기상예보를 보고서 오늘은 눈이 내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려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설에 자가용 운행을 포기한 시민들이 모여들어 혼잡이 빚어졌다. 사람이 가득 타 더는 승객을 태울 수 없어서 정류장을 지나치는 버스도 잇따랐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버스정류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 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애초 산지 외 지역 예상 적설량을 1∼3㎝로 예보했으나, 아침에 실황을 보니 눈이 많이 내려서 예보를 대체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날 남해 상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제주에 눈 또는 비가 내리다가 오후에 그치겠다고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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