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이후 스포츠에 집중 투자…선수들도 북한사회서 특권 누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고립된 나라 북한 선수들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스포츠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끈다.
NYT는 북한의 스포츠는 외부 세계에 '무명'이나 다름 없지만, 북한 선전매체나 분석가, 탈북자, 그리고 북한과 겨뤄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부터 나온 정보를 꿰맞추면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소개했다.
우선 북한이 이번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핵 프로그램과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올림픽으로 전환하면서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잠재적인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북한은 1964년 이후 하계 및 동계 올림픽에 종종 참여해왔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에서는 한필화가 여자 3천m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땄다. 북한의 동계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이었다.
하계 올림픽에서는 유도와 역도, 체조에서 총 5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총 16개 획득했는데, 이중 가장 잘 알려진 금메달리스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던 체조 선수 홍은정이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홍은정과 한국의 체조 선수 이은주가 함께 셀카를 찍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도 선수 계순희는 유도 종목 최연소(당세 만 16세) 금메달리스트로도 기록됐다. 계순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NYT는 북한 선전 매체들을 인용해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스포츠맨이었다고 소개했다.
처음 출전한 볼링 경기에서 '퍼펙트 300점'을 따내는가 하면, 역시 생애 첫 골프에서 5차례 홀인원, 38언더파의 대기록, 말 그대로 '신화'를 썼다는 것이다.
북한 사회에서 운동선수로 발탁되는 것 역시 일종의 특권으로 여겨진다.
와세다대학의 북한 리더십 전문가인 시게무라 도시미쓰 교수는 북한의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는 선수로서의 자질보다 가족 충성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국가의 사상을 잘 따르고 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집안의 자제들이 선수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 국가대표 출신인 축구선수 안영학은 "평양에서 연습할 당시 늘 고기와 생선, 밥, 국, 채소 등 많은 음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빈곤에 시달리는 북한 사회에서 그 정도로 '떡 벌어진' 식단을 접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인 셈이다.
NYT는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이후로 북한이 국제적인 스포츠 기량 향상을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커티스 멜빈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은 스포츠 투자를 꾸준히 늘려 지난해의 경우 국가 예산의 약 6%를 스포츠 분야에 투입했다.
2012년 이후 새 아이스링크와 축구 아카데미, 승마 클럽, 마식령스키장 등을 신설하고 평양의 대규모 스타디움을 배구, 탁구, 농구코트 등을 갖춘 곳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AP통신의 전 평양 지국장 출신으로 현재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으로 있는 진 H. 리는 2012년 평양의 새 아이스링크를 방문했을 때 유럽제 정빙기와 고급 피겨·하키 스케이트 등을 목격했다면서, 북한이 사치품에 대한 제재를 어떻게 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 대회는 고립된 북한 선수들이 외국 문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 김주식 선수는 지난 여름 몬트리올 훈련 당시 쇼핑을 나가기도 했고,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뛰고 있는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은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도 가지고 있다.
NYT는 이번에 평창에 온 북한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과 함께 연습하고 경기에 출전하면서 부유한 한국의 모습을 엿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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