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부실 우려로 매수자 나오기 쉽지 않아 재매각 당분간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대우건설[047040]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대우건설 매각이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산업은행은 호반건설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의 포기 의사를 전달받음에 따라 인수·합병(M&A) 절차를 공식 중단한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7월 매각자문사 선정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됐다.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언론 보도를 통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더는 추진하지 않기로 알려지자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산업은행은 호반건설 측과 만나 대우건설 정밀실사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에 "호반건설에서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어제 호반건설을 만났지만 정밀실사를 위해서 만난 것이지 이 자리에서 포기 이야기를 한 바 없다"고 말했다.
호반건설 인수 포기로 대우건설 매각은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매각 과정이 흥행에 실패한 데다가 대우건설의 추가부실 우려로 매수자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입찰 적격 대상 3개사 중 본입찰에 호반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할 만큼 이번 매각은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대우건설이 국내 3위 건설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흥행이었다.
산업은행은 이번 매각 성사를 위해 호반건설의 제안을 받아들여 당초 지분 전량 매각이 아닌 분할 매각으로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매각 공고 때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2016년 열린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결의할 때 분할 매각도 포함된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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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부실에 따른 매각 무산으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들어가며 작년 4분기 실적에 3천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고 전날 밝혔다.
대우건설의 이같은 부실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없었던 사실이었다.
대우건설은 이미 2016년 3분기 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바 있다.
의견거절은 감사 수행에 제약을 받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표명이 불가능하거나 기업 존립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객관적 사항이 불투명한 경우에 감사인이 제시하는 감사의견이다.
대우건설은 이에 따라 회계법인과 전체 해외 현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잠재 손실을 2016년 결산 때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 해외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추가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호반건설이 이번에 인수를 포기하게 된 배경엔 이런 추가 부실 가능성이 크게 작용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고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해외 부문의 손실을 호반건설에 고의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매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각 무산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재매각 추진 등은 앞으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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