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필수 줄여 자율성·다양성↑…이과생들 진입 기회도 넓혀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최근 졸업생의 비금융기업 취업률이 점차 낮아지는 등 '경영학의 위기'에 직면한 서울대 경영학과가 대대적으로 학사과정을 개편해 경영학 살리기에 나섰다.
9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경영대학은 경영학과 전공필수 과목을 줄이고 이과생의 복수전공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학사과정 개편안을 올해 1학기부터 시행한다.
경영대가 조사한 학부생 진로현황에 따르면 전체 졸업생의 '비금융기관 취업(사기업 취업)' 비율은 2013년 46%를 기록한 뒤 매년 하락해 2016년에는 23%를 기록했다. 경영대를 졸업한 학생 10명 중 2명만이 사기업에 취직하는 셈이다.
경영대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경영대 학생들이 학사과정에서 경영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기업인보다 공무원, 법조인, 금융인을 진로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경영대는 다양한 학문이 결합한 경영학의 특성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자율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학사과정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전공필수 과목을 기존 12과목 36학점에서 10과목 28학점으로 축소한다. 복수전공 학생의 경우 10과목 30학점에서 7과목 21학점으로 줄어든다.
1학년 때 수강해야 할 필수 과목으로 '경영학과 나의 미래', '경영철학과 윤리' 등도 신설했다. 기존 경영학원론, 경제원론 등 실무적인 내용 대신 경영학의 정체성을 배울 수 있는 과목들이다.
경영학과 학생들의 전공 부담을 줄여 다양한 교양과목 이수와 복수전공을 유도하고, 이과생들의 복수전공 문턱도 낮춰 경영학과 내 학생 다양성도 높인다.
매년 4대 1가량의 경쟁률을 보이는 경영학과 복수전공은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학점을 받기 어려운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불리한 것으로 경영대는 파악했다.
경영대는 올해 3월부터 경영학과 복수전공자의 40%를 이과생으로 할당해 학점이 낮은 이과생의 경영학 복수전공 기회를 넓혔다.
아울러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컴퓨터의 개념 및 실습'을 필수교양 과목으로 지정해 문과생의 이과적 융합도 유도한다.
경영대 강성준 학생부학장은 "사회의 반(反)기업정서가 워낙 강하다 보니 경영학과 학생들도 반기업정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적어도 경영대 학생이라면 기업이 무엇인지, 경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도록 하는 것이 학사개편의 1차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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