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금리에 신중한 한은, 인상 적기는 놓치지 말아야

입력 2018-02-08 18:20  

[연합시론] 금리에 신중한 한은, 인상 적기는 놓치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당분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금리 인상에 보수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보고서 제출 직후 기자들에게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가 중요한 고려 요인이지만, 그것만 보고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성장과 물가, 거시경제 지표와 국내외 여건 변화,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원론적 답변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한은의 입장은 당장은 현재의 금리를 유지해 나가되 금리를 인상할 때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은이 이달 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예상이 맞는다면 당장 다음 달 중에 상단금리 기준으로 양국 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단순히 금리 역전을 넘어서 역전된 금리 격차가 점차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다는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린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올해 2∼3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4차례까지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호황에 따른 높은 임금상승률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생기는 인플레이션 조짐을 차단하려면 긴축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 배경이다. 어쨌든 한미 사이의 역전 금리 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자본유출 가능성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한국 주식 보유규모는 약 265조 원으로 국내 증시에 유입된 전체 외국인 자금(약 636조 원)의 41.7%에 달한다. 더욱이 미국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제로금리'를 단행한 이후 우리 증시에서 9년 연속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심각한 자본유출이 우려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들도 자본유출 우려와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지적했다고 한다. 한 위원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오랫동안 지속한다면 가계부채 누증과 금융 불균형 위험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금리 인상의 마이너스 자산효과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하는 신중파의 목소리도 물론 있었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한은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1천400조 원을 넘어서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대출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 여력을 떨어뜨리고, 기업 금융비용을 높여 아직 견고하지 못한 경제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경제성장이 훼손될 경우 정부의 최우선 정책인 일자리 창출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흐름에서 이탈해 금리 인상 적기를 놓치면 우리 경제에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특히 금리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이 시장에 전달되면 큰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한은은 주요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해 금리 인상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