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기자 체포경위 공개…"불교도 주민·보안군 대원 학살·방화 증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지난해 12월 12일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취재하던 로이터 통신 소속 와 론(32), 초소에 우(28) 기자는 양곤의 한 식당에서 한 경찰관리와 만난 직후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라카인주(州) 보안군에 관한 중요 문서를 외국에 있는 기관에 전송하려 했다고 밝혔고, 검찰은 영국 식민지 시설인 1920년에 제정된 공직 비밀법을 적용해 이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저녁식사를 약속했던 경찰관이 건넨 문서를 받자마자 당국이 들이닥쳐 자신들을 체포했다면서, 함정수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국제사회의 석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2개월째 갇혀 있는 이들은 '공직 비밀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최고 1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의심스런 과정을 거쳐 체포·구금된 기자들이 애초 미얀마군과 불교도들에 의한 로힝야족 집단학살 및 암매장 사건을 수사중이었다고 9일 밝혔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경찰서 습격사건 이후 정부군의 반군 토벌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2일 라카인 주(州) 마웅토의 인딘 마을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집단학살 및 암매장 사건이다.
로힝야족 인종청소 혐의를 부인해온 미얀마군이 처음으로 군인과 불교도들에 의한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인정한 바로 그 사건이다.
당시 미얀마군은 살해된 10명이 '벵갈리(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이민자로 낮춰 부르는 말) 테러범'이라면서 "불교도 주민들이 테러범의 위협과 도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들을 경찰서로 이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죽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체포된 기자들이 밝혀낸 사실은 미얀마군의 주장과는 달랐다는 게 로이터 측의 주장이다.
당시 사체 암매장을 도왔던 군인 출신의 불교도 주민 소에 차이(55)씨는 "10명의 로힝야족 민간인 포로들은 불교도들이 구덩이를 파는 것을 지켜봤다. 그날 아침 그들은 구덩이에 죽은 채 누워 있었다"며 "1개 구덩이에 10명씩. 군인들은 포로 1명당 2∼3차례 총을 쐈다. 일부 포로들은 매장당할 때까지도 신음을 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미얀마군이 건초더미에 숨어있던 3명의 로힝야족 남성과 1명의 여성을 찾아냈다. 군인들은 나에게 그들을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나는 한 남성을 흉기로 난자했고, 이어 군인이 총을 쏘자 그는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런 일들이 마웅토 일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졌으며, 미얀마군 33 경보병대대가 마을에 들어온 날 군인·경찰·불교도가 합세해 마을을 모두 불태웠다고 전했다.
또 통신은 그동안 로힝야족 집단학살 주장은 로힝야족 생존자나 피해자 가족의 증언에 기반을 둔 것이었지만, 불교도 주민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것은 처음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보안군 대원들도 처음으로 인딘 마을에서 벌어진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인종청소 작전에 대해 증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불교도 주민이 제공한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속 10명의 로힝야족은 손이 허리 뒤로 묶인 채 일렬로 풀밭에 무릎을 꿇고 있으며, 소총을 소지한 민간인 복장의 남성들이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이 구덩이에 내던져진 모습이 담겼다.
로이터는 자사 소속 기자들의 체포 경위를 밝히는 것이 위험할 수 있지만, 국제적인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해, 해당 기자 및 가족과 협의를 거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얀마 정부는 인권침해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며 문제가 있다면 조사하고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 타이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인권침해 주장을 부인하지 않는다. 만약 강력하고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면 정부가 조사할 것이며, 증거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법률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제사회는 누가 먼저 테러를 저질렀는지 이해해야 한다. 만약 이런 테러행위가 런던, 뉴욕, 워싱턴에서 벌어졌다면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미얀마군을 두둔했다.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활동중인 마이클 카네이버스 변호사는 "군이 불교도들을 조직해 로힝야족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이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스모킹 건'(범죄나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증거)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구금한 사람을 처형했다는 증거는 미얀마군 사령관을 상대로 반인도주의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거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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