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농업계를 겨냥해 미국산 수수에 이어 미국산 대두를 무역보복의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중국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가 지난 1월부터 미국에서 수입되는 대두에 대해 반덤핑·반보조금 관세 부과를 포함한 무역구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9일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6일 자국의 대두 가공업체들과 좌담회를 열어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중국 당국이 아직 조치에 대한 결론을 내지는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대두수출협회의 베이징지부는 이 회의에 초청받지 못했다.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대두는 2017년 139억 달러(15조2천억원), 2016년 140억 달러(15조3천억원)에 이른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으로 근래들어 대두 재고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미국산 수수가 일반적인 시장가격보다 낮게 수출돼 자국 업체들에 피해를 준다며 미국산 수수에 대한 무역구제조치 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산 수수는 중국에서 가축용 사료로 사용되며 전통주 바이주(白酒)의 원료로도 쓰인다. 미국에서 수출되는 수수의 75%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는데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수수 수입액은 10억달러(1조948억원)에 달했다.
수수보다 수입 규모가 훨씬 큰 대두를 무역보복 대상으로 삼게 되면 미국 농업계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 중부 농업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으로 분류된다.
지난주 미국 농업계도 미국의 무역 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면서 그럴 경우 농산물과 항공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불공정 무역 조사에 착수했고 중국을 겨냥, 외국산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 상태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불공정무역 조사가 증가일로에 놓여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가오 대변인은 "무역구제 조치는 국제교역 과정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최후의 방어장치로 무역 보호주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관련 조치와 조사의 남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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