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자신의 나라를 드러낼 수 없는 러시아 출신 선수들을 향해 러시아 관중들이 누구보다 열띤 응원을 펼쳐 시선을 끌었다.
평창올림픽 피겨 팀이벤트(단체전) 첫날 경기가 열린 8일 오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3층 관중석 한곳에 40여 명의 러시아 응원단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남자 싱글 9번째 순서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미하일 콜랴다가 등장하자 다 같이 일어나서 뜨거운 응원에 나섰다.
한 줄로 앉은 응원단이 맞춰 입은 빨간색 상의에는 한 글자씩 '#러시아 인 마이 하트'라는 문구가 적혔다.
윗줄에 앉은 응원단은 티셔츠에 미하일 콜랴다의 이름을 키릴문자로 한 글자씩 적고 일어났다.
백·청·적색이 들어간 모자, 목도리 등 소품 하나하나가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커다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러시아"를 큰 소리로 외쳤고, 콜랴다가 점프 등을 성공시킨 이후에는 큰 박수를 보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가 주도로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했다.
대신 IOC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한 169명의 선수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s from Russia·OAR) 소속으로 평창올림픽 선수로 등록했다.
IOC는 유니폼에 러시아를 떠올릴 수 있는 소재를 절대 쓸 수 없게 제한했다.
그러나 팬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러시아 내에서 IOC의 조처에 반발하는 여론이 높은 만큼, 평창올림픽에서는 '선수들 대신' 러시아를 보여주려는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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