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폭행·불륜설' 에 "그는 진실한 사람" 옹호…일부선 "알고도 묵인" 주장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오른팔 역할을 한 실세 비서관이 전처 폭행으로 사퇴하면서 이 비서관을 두둔한 켈리 비서실장이 집중적으로 비난받고 있다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롭 포터 (40) 백악관 선임비서관이 2명의 전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켈리 비서실장이 막판까지 가장 강력히 옹호했기 때문이다.
켈리 비서실장은 전처 중 한 명의 눈이 시퍼렇게 멍든 사진이 공개된 직후까지도 "정말 진실한, 신의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며 "그에 대한 칭찬이라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포터의 사퇴 압력에 맞섰던 켈리 비서실장도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성명을 내고 포터의 사임을 지지한다고 밝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당과 여성단체들은 곧바로 켈리 비서실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신속히 이번 일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켈리 비서실장의 책임을 추궁했다.
존 테스터(민주·몬태나) 상원의원은 "켈리 비서실장이 이번 일을 덮어주려 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주 좋은 이유를 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그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여성연합(NOW)의 토니 밴 펠트 대표는 "포터를 옹호하는 어리석은 행위는 성폭력 조력자이자 신뢰의 배신자, 책임 회피자라는 그의 본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 간의 갈등 기류도 감지돼 켈리 비서실장으로선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대화한다는 한 측근은 몇주 전부터 주위에 켈리 비서실장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포터 비서관 건에 대해 보고가 늦었다는 데 화를 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켈리 비서실장이 멕시코 장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냈을 때도 몹시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 비서실장은 취임 직후부터 무리한 행보로 신뢰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4성 장군 출신으로, 자신도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사자 유족 예우 문제가 불거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해 비난을 사는가 하면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지도자인 로버트 리 장군을 "명예로운 인물"로 칭해 구설에 올랐다.
최근에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 수혜자를 가리켜 "다카 수혜자들이 법적 보호를 못받는 건 너무 겁이 많거나 게으른 탓"이라고 말해 반발을 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연설비서관을 지낸 피터 웨너는 "아내를 때렸다는 믿을 만한 의혹이 제기된 사람을 진실하다며 옹호하는 비서실장이라니 놀랍고 부도덕하다"며 "그가 비서실장으로서 한 일이 전쟁영웅으로서 세운 업적까지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겠지만 인간으로선 깎아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포터 전 비서관의 전처 폭행 의혹은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의 보도로 불거졌다.
이 매체는 포터 전 비서관이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과 데이트를 하는 듯한 장면을 찍은 사진과 함께 그가 전 부인들을 구타한 이력의 소유자라고 보도했다. 포터 전 비서관의 폭행으로 눈 주위가 멍든 전 부인 사진까지 공개됐다.
20대 나이로 백악관 공보국장에 전격 발탁돼 화제를 모은 힉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애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포터 전 비서관은 데일리메일 보도 이후 논란이 확산하자 곧바로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이 내부적으로 포터 전 비서관의 가정폭력 의혹을 최소 1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WP는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켈리 비서실장을 비롯해 백악관 내부에서 최소 1년∼수개월 전부터 포터 전 비서관의 폭력 의혹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그가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이유에 대해 해명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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