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죄질 나쁘지만 피해자들 처벌 원치 않아 선처"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전창해 기자 = 수업 중 여고생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50대 교사에게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충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A(57)씨는 2015년 여름 학교 강당에서 수업을 하던 중 사다리에 올라가 있는 B양을 발견했다.
B양에게 다가간 A씨는 사다리를 흔들며 내려올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사다리를 내려오는 B양의 발목과 종아리를 쓰다듬었다.
A씨의 손길에 성적 수치심을 느낀 여학생은 B양뿐만이 아니었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2015년과 2016년 사이 A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 여학생은 9명 12건에 달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이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여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고 거짓말을 한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11부(이현우 부장판사)는 11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57)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다수 피해자가 장소, 상황, 범행방법, 신체 부위 등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은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며 "학생들이 교사인 피고인을 무고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사 신체 접촉이 있었더라도 고의성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어깨동무를 하거나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등을 쓰다듬는 행위가 별다른 인식 없이 접촉할 수 있는 부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친근감의 표시나 격려 차원이었다면 말로 하면 되지 굳이 신체 접촉이 필요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올바른 성적 가치관이 형성되도록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학생들을 추행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강압적 태도나 추행 정도가 중하지 않고, 다수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한해 선처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 사건이 불거진 2016년 5월 직위 해제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A씨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징계 심의를 보류했던 충북도교육청은 재판 결과에 따라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를 해임, 파면 등 중징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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