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업계 "우리 대표를 의회에 보내자"

입력 2018-02-10 07:00  

미국 암호화폐 업계 "우리 대표를 의회에 보내자"
정부·의회내 신흥기술 무지 깨고 이해시킬 필요성 절감…비트코인 선거자금 기부
과도한 규제가 혁신 좌절시킬까 우려…"상원 첫 청문회 후 정치권 개방적으로 바뀌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의회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관련 정책 입법이 이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촉진할 수 있도록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암호화폐로 선거자금을 기부하는 등 의회에 '암호화폐 후보'를 보내는 운동에 나섰다.


블룸버그닷컴은 9일 암호 화폐 후보의 대표 주자로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에서 연방하원 의원에 처음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브라이언 포드(37)를 소개하면서 후보경선 자금으로 기부 한도인 2천700 달러(295만 원)를 낸 투자자들만 해도 1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포드가 이들의 총아가 된 것은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에서 디지털 화폐 국장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기술보좌관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식견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새로 뜨는 기술들의 힘을 알고, 이를 어떻게 하면 사람과 조직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육성하고 형성할 수 있는가를 아는 사람"이라고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창업자인 타일러 윙클보스는 말했다.
대표적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2월 17일 1만9천511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0% 빠지는 등 최근 심한 기복을 보이는 사실도 암호화폐 업계 입장에선 의회에 우군을 만들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암호화폐 투자자들로부터 "그는 진짜다. 우리 말을 할 줄 안다"는 평을 듣는 포드가 모금한 비트코인 자금 총액은 선거운동 6개월 만에 이미 이전 다른 후보들이 받은 비트코인 자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이 쌓였다. 포드는 기부받은 비트코인을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달러화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의 '포드 의회 보내기' 운동의 배경엔 무엇보다 최신 기술인 암호화폐가 뭔지도 모르는 무지 때문에 그동안 암호화폐를 방치했던 규제기관들이 8천억 달러로 커진 암호화폐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붕괴, 사기·가격조작, 거래소에 대한 해킹, 자산 거품 우려가 겹치면서 정부의 감시·감독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났고, 이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일부 은행은 자사 신용카드를 암호화폐 구매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는가 하면 페이스북은 비트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에 대한 광고를 금지했다.
포드는 이미 규제 회색 지대에 속하는 신흥기술 회사를 직접 설립해 운용해봤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가 규제에 나설 때의 위험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저비용 인터넷전화 업체를 설립했던 그는 "당시 그 기술은 합법도 불법도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것이었다"며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정부가 그 기술에 대한 규제를 하려다 퇴보를 가져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에도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규제가 미국의 암호화폐 산업을 스위스 같은 해외로 쫓아내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할 생각이다.
그는 "소비자 권리와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며 작은 신생기술 업체들에 지나친 규제를 가하면 그 기준에 맞추느라 혁신에 필요한 자원을 다 써버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포드와 그의 지지자들은 정부 내에서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 수준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무지한 것을 주요한 장애로 보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등 올해 둘 다 84세인 상원의원 2명이 테러 자금과 위조품 자금을 겨냥해 추진했던 입법안이 암호화폐 주인의 익명성을 범죄시한 게 그 사례로 꼽혔다. 이 법안은 입법화하진 않았다.
또 미국에 독특한 것으로, 서로 다른 규제기관들이 서로 반대 방향의 규제를 하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해 말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개 선물거래소에 대해 비트코인 파생상품의 취급을 허가했는데 동시에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단속에 나서 가상화폐공개(ICO)를 중지시켰다.
브라이언 포드에 대한 비트코인 기부도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의 지침 부재로 혼란을 빚었다. 지난 2014년 내놓은 지침은 후보가 모금할 수 있는 비트코인 총액을 100달러라고 권고했을 뿐 포드의 선거진영이 선거자금 기부 한도 2천700 달러까지 모금할 수 있는지,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문의한 것엔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전문 온라인 매체 비츠온라인닷컴은 이날 "암호화폐에 대한 미국 상원의 첫 공식 청문회 이후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가 개방적으로 바뀌는 조짐"이라며 "점점 더 많은 정치인이 비트코인으로 정치자금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암호화폐 업계로선 더욱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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