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GM 철수설,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안 된다

입력 2018-02-09 18:54  

[연합시론] 한국GM 철수설,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불거졌다. 메리 바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회장이 6일(현지시각) 애널리스트 콘퍼런스콜에서 한국GM에 대해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업을 위해 앞으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 회장은 '조치' 내용에 대해 "성과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합리화 조치나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GM이 펼쳐온 정책을 고려할 때 완전한 철수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국GM 측은 "완전철수 예상은 어디까지나 애널리스트 분석일 뿐"이라며 철수설을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베리 앵글 GM 인터내셔널 사장이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GM의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협조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철수설이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심한 판매부진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심심찮게 철수설이 나왔다. 하지만 GM 본사 회장이 공개적인 콘퍼런스콜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GM은 2014∼2016년 3년간 약 2조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고 2017년에도 약 6천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으로는 GM 본사의 글로벌 사업전략 수정과 이와 맞물린 국내 판매부진이 먼저 꼽힌다. GM은 유럽, 인도, 러시아 등의 생산 및 판매 조직을 축소하고 계열사 오펠도 매각했다. 한국GM에는 최근 수년간 새 모델이 배정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GM의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 52만4천500여 대로 전년보다 12.2% 감소했다. 내수는 26.6% 줄고 수출도 5.9% 떨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7천844대를 팔아 수입차인 메르세데스 벤츠(7천509대)에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판매부진으로 군산공장 가동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8천700만 원(2016년 기준)으로 직전 3년간 20%나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17일간 파업을 벌여 1만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고도 한 사람당 1천만 원이 넘는 격려금과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회사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GM은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15년간 경영권 유지'를 약속했는데 지난해 10월 16일로 그 기한이 지났다. 한국GM에서 손을 떼도 이제 할 말은 없게 됐다. 문제는 고용과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GM의 고용인력은 약 1만6천 명이다. 1∼3차 협력업체도 3천 개에 달한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대정부 질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는 한국GM에 대해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주무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앵글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 제안은 아니지만 대략 협조가 필요한 사안에 관해 얘기했다"고 했다.

앵글 사장은 다른 부처 관계자들도 만나 한국GM에 대한 금융지원과 유상증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철수' 카드로 정부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17.02%)이 유상증가에 참여하면 혈세 지원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자본잠식 기업에 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특혜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정부가 여러 측면을 고려해 신중히 방침을 정할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분명히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에 대한 경영진과 노조의 책임 부분이다. 특히 경영진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급격한 임금인상도 따지고 보면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경영진이 끌려다닌 결과다.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지원을 거론하면 여론의 질타를 자초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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