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연합뉴스) 김은경 전명훈 기자 =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이후 가장 추운 대회'의 개막식에 함께하는 시민들이 '소문난' 추위에 단단히 채비를 갖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을 찾은 시민들은 두꺼운 겉옷은 물론이고, 핫팩, 마스크 등 갖가지 방한 장비로 준비를 끝냈다며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에서 온 정연숙 씨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두꺼운 롱 패딩 점퍼 위에 가죽 무스탕까지 겹쳐 입은 모습이었다. 머리에는 얼굴까지 덮는 모자를 눌러써서 겉으로 볼 수 있는 거라고는 정 씨의 눈이 전부였다.
정 씨는 "개막식을 보려고 오래전부터 표를 사두고 기다렸는데 오늘 추울 거라는 얘길 뉴스에서 하도 많이 해서 조금 불편하다 싶을 정도로 확실하게 대비했다"며 "이렇게 하고 오니 하나도 안 춥다"며 웃었다.
일부 외신은 이번 대회 기간 평창의 2월 예상 체감온도가 영하 14도 내외가 될 거라며 1994년 당시 릴레함메르(영하 11도)보다 추운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행인지 이날 개막식이 열리기 전 평창의 기온은 영하 3도, 체감온도는 영하 7도 수준으로 예상만큼 춥지는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삼여(88) 어르신 부부는 팔순의 고령에도 "이 정도 추위는 견딜 만하다"며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올림픽스타디움을 향해 종종걸음을 재촉했다.
김 씨 어르신 내외를 모시고 온 딸은 "부모님 모두 내복과 두꺼운 옷, 패딩 조끼에 외투, 모자, 핫팩까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하고 왔다"며 "부모님이든, 나든,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직접 보긴 힘들 것 같아서 오늘을 미리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장유경(16) 학생 가족은 "춥다는 말이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평창에 와보니 걱정만큼 추위가 심하지 않다"며 "가족이 다 롱 패딩과 모자로 방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장양의 아버지는 "숙소가 비싸고 서비스도 안 좋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가 운이 좋은지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며 "2박 3일 동안 머물면서 경기도 보고 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외국인들도 평창의 추위에 적응을 마친 모습이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셰릴 시메카씨는 "(더운 기후인) 플로리다에서 왔지만 올림픽 개막식에 온 게 좋아서 하나도 춥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그는 "한국은 내가 태어난 곳이어서 자주 찾는다"며 "내가 태어난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내가 자란 나라인 미국의 선수들이 뛰게 돼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서 온 리즈씨는 "핫팩과 내복으로 완전무장을 했더니 추위는 견딜 만 하다"며 "티켓이 조금 비쌌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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