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들 "즐길 줄 아는 이들, 4년 뒤 베이징에선 무조건 메달" 전망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비록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장혜지(21)-이기정(23)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 최초의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 국가대표인 장혜지-이기정은 처음 출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경기 중에도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올림픽 믹스더블 컬링 최연소 듀오인 이들의 패기와 성장에 팬들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장혜지-이기정은 8일 예선 1차전에서 핀란드를 격파하며 대표팀에 첫 승리를 안기는 등 평창올림픽 분위기를 띄우는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예선 6차전까지 2승 4패에 그쳐 7차전을 남겨두고 4강 진출은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세계 최고 선수들을 끈질기게 물고 넘어지는 모습은 희망을 남겼다.
장혜지-이기정은 핀란드와 미국을 완벽히 제압하며 기권을 받아냈다.
중국과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에는 패했지만, 밀리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맹추격해 연장전까지 들어가는 끈질긴 투지를 보이며 "졌지만 잘 싸웠다"는 찬사를 받았다.
첫 경기부터 만원을 기록한 관중은 장혜지-이기정의 플레이에 매료돼 매 경기 강릉컬링센터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경기 후에는 갈채를 쏟아냈다.
10일 오후 현 세계랭킹 1위 스위스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을 때도 관중은 장혜지-이기정에게 "잘했어요"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 컬링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컬링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소치 대회에서 여자컬링 대표팀은 "언니 괜찮아요", "언니 잘했어요" 등 서로 도닥이는 말을 유행어처럼 남기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믹스더블 컬링은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합류해 더욱 낯설다.
혼성 종목인 믹스더블에서는 "오빠 라인 좋아요"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이기정이 투구나 스위핑을 할 때 장혜지는 하우스에서 스톤의 주행 코스를 읽으며 한 말이다.
둘은 파트너가 샷에 실패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로 기를 되살려줬다.
짜릿한 승리를 거뒀을 때는 물론 졌을 때도 밝고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비록 스위스전 패배로 메달과 멀어졌다는 것을 알고서는 눈물을 쏟았지만, 이들은 명백한 컬링의 미래로 인정받았다.
남자컬링 국가대표 후보 감독인 김대현 서울체고 감독은 "장혜지-이기정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무조건 메달을 기대할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올림픽에 처음 올라가면 보통 긴장한다. 그러나 장혜지-이기정은 오히려 경기를 즐겼다. 관중과 계속 소통했다. 이 경험은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4년 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무조건 메달을 딸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이들이 세계적인 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기정도 "메달 딸 때까지 끝까지 할 것이다. 언젠가는 꼭 따겠다"고 각오를 더욱 굳혔다.
장반석 믹스더블 컬링 감독은 "올해는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지만, 앞으로는 자력으로 올림픽에 올라야 한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장혜지-이기정의 성장세를 크게 평가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