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여정·김영남, 바흐 IOC 위원장 운집
단일팀, 객관적인 전력 이상의 패배…스위스 뮐러, 4골 2어시스트 폭발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안홍석 김지헌 기자 =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끈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올림픽 데뷔전은 대패로 끝이 났다.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에 0-8(0-3 0-3 0-2)로 졌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결성된 남북 단일팀(한국 23명, 북한 12명)의 역사적인 데뷔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함께였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단일팀의 첫 경기를 함께 응원했다.
붉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북한 응원단의 존재는 관중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100명 규모의 북한 응원단은 경기 시작 20분 전부터 '옹헤야', '반갑습니다'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 관동하키센터는 단일팀 선수들이 링크에 들어서자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열렬한 응원과 높은 관심이 선수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스위스는 우리보다 전력이 크게 앞선 팀이었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스위스는 세계 6위의 강호다.
세계 22위 한국과 25위 북한으로 이뤄진 단일팀은 시종일관 위축된 경기 내용으로 객관적인 전력 차이 이상의 대패를 당했다.
단일팀은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 12명이 단일팀에 합류한 지 16일 만에 올림픽 첫 경기를 치렀다.
머리 감독은 정수현, 김은향(이상 공격수), 황충금(수비수) 등 2∼4라인에 북한 선수 1명씩을 기용했다.
단일팀은 남과 북의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가 됐으나 실력의 벽은 넘지 못했다.
남북 단일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데뷔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쪽은 단일팀이 아니라 스위스의 특급 공격수 알리나 뮐러였다.
4년 전 소치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15세의 나이로 결승 골을 터트린 뮐러는 단일팀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혀왔다.
뮐러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피리어드 초반 스위스의 파상공세에 밀려 수세에 몰렸던 단일팀은 정수현의 슬랩샷으로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8분 32초에는 김희원이 치열한 스틱 다툼 끝에 퍽을 따내자 뒤따라오던 한수진이 골리와 단독 기회에서 샷을 날렸지만, 퍽은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왔다.
단일팀은 파워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를 얻으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단일팀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10분 23초에 뮐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밀러는 1피리어드에서만 3골을 몰아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2피리어드에서도 경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단일팀은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또 골을 내줬다. 이번에도 뮐러가 넣었다.
스위스는 푀베 슈텐츠가 2분 21초, 17분 19초에 연속골을 넣어 단일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전의를 상실한 단일팀은 3피리어드에서 라라 슈탈더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완패했다.
이날 경기 스위스의 유효슈팅은 무려 52개였고, 단일팀의 유효슈팅은 겨우 8개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응원단과 관중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단일팀 선수들이 링크를 빠져나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힘찬 박수를 보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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