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고소할 것"…이탈리아 총선 앞두고 여야 공방전 가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달 4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선거 운동이 가열되며, 주요 정치인 간의 공방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집권 중도좌파 민주당의 지지율 정체 속에 특히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는 우파연합의 구심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와 이탈리아 단일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며 창당 9년 만에 사상 첫 집권을 노리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의 충돌이 두드러지고 있다.
10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오성운동의 간판 정치인 중 하나인 알레산드로 디 바티스타(39) 의원이 9일 북부 롬바르디아주 아르코레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베를루스코니 전진이탈리아(FI) 대표를 겨냥, "정상 국가라면 그는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베를루스코니가 탈세, 미성년자 성매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3차례 이탈리아 총리를 역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1년 이탈리아 재정 위기와 성추문 속에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2013년 탈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를 받았으나, 고령을 이유로 노인 복지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형을 대신했다.
또, 2010년 자신의 호화 별장에서 당시 미성년자였던 모로코 출신의 무희 카루마 엘 마흐루그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미성년자 유인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7년 형에 처해졌으나, 2015년 항소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가 미성년자 성매수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증인들에게 돈을 주고 위증을 교사한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디 바티스타 의원의 저격에 대해 "그 문제들은 이미 수 년의 조사와 재판을 거쳐 근거가 없다고 판정된 것"이라며 "변호사에게 이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맞받았다.
오성운동의 대표를 맡고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31) 하원 부의장도 베를루스코니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유럽 최대 규모의 난민촌으로 꼽히는 시칠리아 섬의 카라 디 미네오의 운영과 관련된 사업에 FI의 정치인들이 관여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반역자'라고 칭했다.
이 난민촌은 정부가 보조하는 운영비를 둘러싸고 마피아 조직범죄단 등이 개입한 이권 다툼의 장으로 전락하며 난민들이 비참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최근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디 마이오의 발언에 대해서도 "나는 카라 디 미네오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며 디 마이오 대표에 대해서도 역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디 마이오 같은 (경험도 관록도 없는)인물이 정부를 이끌게 되면 이탈리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파로 상원의원직을 박탈 당하고, 2020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돼 정치 생명이 끝나는 듯 했으나,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우파연합의 압승을 이끈 것을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이어 작년 11월 시칠리아 주지사 선거전에서도 전면에 나서며 우파연합의 승리를 일군 뒤 이번 총선에서 역시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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