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더블 경기 출전…"그동안 해온 모든 것 후회 없이 보여드리겠다"
(평창=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루지 더블(2인) 국가대표인 박진용(25·경기도체육회)과 조정명(25·국군체육부대)은 원래 각각 바이애슬론, 축구 선수였다.
박진용이 바이애슬론의 스키 주행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그러면 썰매 종목의 하나인 루지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는 그렇게 18세에 루지를 시작했다.
조정명은 20세에 축구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권유로 루지 대표팀 선발전에 참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종목의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세월이 흘렀다. 이제 이들이 젊음을 바쳐 준비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들이 출전하는 더블 경기는 14일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펼쳐진다.
루지 대표팀 동료인 임남규(29·경기도루지연맹)가 출전한 남자 싱글 경기가 펼쳐진 10일 관중석에서 만난 박진용, 조정명은 올림픽 경기를 앞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박진용은 "고등학교 때부터 루지 하나만 보고 20대 초반을 넘긴 지금까지 놀 거 안 놀고 달려왔다"며 "드디어 올림픽 경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정말 설레고, 마무리를 잘 짓고 싶다"고 말했다.
조정명은 "어제(9일) 개회식에 다녀오니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한다는 게 얼마나 뜻깊은지 깨달았다"며 "개회식을 계기로 더 각오를 다지게 됐다. 그동안 해온 모든 것을 후회 없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둘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8위에 올랐고, 이후 4년을 조금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박진용은 대망의 평창올림픽이 불과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연말부터 연이어 커다란 불운을 맞닥뜨렸다.
12월 2일에는 훈련 도중 팔꿈치를 다쳐 뼛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1월 20일에는 엄지가 골절됐다. 현재는 엄지 수술을 받은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다.
박진용은 "스타트를 하거나 주행할 때 고통이 없진 않지만 그럴 때마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싶으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면서 "그래도 오늘 썰매를 타보니 느낌이 좋아서 시합 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관중석에서 목청껏 임남규를 응원하던 박진용과 조정명은 주행 실수가 나오자 순간적으로 얼음이 되기도 했다.
박진용은 "형(임남규)이 내려올 때 진짜 설레고 자랑스러웠는데 실수하는 거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울컥했다"고 했고, 조정명은 "다른 선수들이 실수가 잦아서 원래 탔던 대로만 탔으면 더 좋은 성적이 나왔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들은 임남규가 모든 주행을 마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진용, 조정명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더블 경기에서 한국 루지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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