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구간 67위로 꼴찌에서 후반 뒷심 발휘하며 기적 같은 우승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인 시멘 헤그스타드 클뤼게르(25·노르웨이)는 11일 평창 크로스컨트리 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애슬론 경기에서 초반부터 완전히 꼬였다.
수십 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키애슬론 종목은 종종 선수끼리 충돌사고가 난다.
7번째로 출발한 크뤼게르는 얼마 못 가 앞 선수의 스키에 걸려 미끄러지며 눈밭에 나뒹굴었다.
그를 뒤를 바짝 따라가던 안드레이 라르코프, 데니스 스피소프(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까지 함께 넘어지며 '대형 사고'가 됐다.
첫 번째 기록 계측 지점인 0.88㎞에서 크뤼게르는 67명 가운데 꼴찌였다. 가장 앞서간 선수와는 무려 18초 7이나 뒤처졌다.
그러나 크뤼게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 명씩 선수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스키애슬론 경기는 절반(15㎞)은 클래식 주법으로, 나머지 절반(15㎞)은 프리스타일 주법으로 주행한다.
크뤼게르가 반환점을 돌았을 때 순위는 14위였다. 1위와는 15초 2까지 격차를 좁혔다.
그때부터 그는 뒷심을 발휘했다. 선두권에 진입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다가 24.75㎞ 지점부터 1위로 치고 나섰다.
노르웨이 대표팀 동료인 마르틴 욘스루드 순드뷔(2위)와 한스 크리스테르 홀룬드(3위)는 전력을 다해 크뤼게르를 추격했지만, 그는 마치 두 개의 심장이라도 지닌 선수처럼 멀리 달아났다.
입 주위에 고드름을 달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크뤼게르는 세상을 얻은 표정으로 환호했다.
그의 역주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0일 3,000m 계주에서 넘어지고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포기하지 않고 세계 무대의 꼭대기에 선 그는 진정한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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