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규제하니 중대형 아파트 몸값 뛰네

입력 2018-02-12 05:59   수정 2018-02-13 09:20

다주택자 규제하니 중대형 아파트 몸값 뛰네

'똑똑한 한 채' 선호 영향…85㎡ 초과 중대형 매매가 상승폭 확대
8·2대책 이후 거래량 중소형 줄고, 중대형은 늘어…중대형 청약률도 '高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주택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몸값이 뛰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8·2부동산 대책 이후 전국적으로 '똑똑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인기지역으로 주택 수요자들이 몰리는데 이어, 한동안 찬밥 신세였던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그간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중대형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부동산114의 주택면적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분석해본 결과 전국의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값은 8·2부동산 대책 이후 6개월(2017년 8월∼2018년 1월)간 평균 2.94%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용 60㎡ 아파트값이 2.38%, 전용 60∼85㎡가 2.78% 오른 것에 비해 높은 상승률이다.
앞서 8·2대책 이전 6개월(2017년 2월∼7월)간 전국 아파트 전용 85㎡ 초과 상승률은 2.97%로 전용면적 60㎡ 이하(3.16%)나 전용 60∼85㎡(3.53%) 보다 낮았다.
8·2대책 이후 중소형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는 사이 중대형은 되레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8·2대책 이전 6개월간 전용 60㎡ 이하가 2.18% 오르고 60∼85㎡가 1.72% 오르는 동안 중대형인 85㎡ 초과는 1.21%로 상승폭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8·2대책 이후 상황이 역전돼 전용 85㎡ 초과 아파트값이 1.8% 오르며 전용 60㎡(1.41%)나 60∼85㎡(1.7%)의 상승률을 앞질렀다.
최근 중대형 아파트값 강세 추이는 한국감정원의 규모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감정원이 지난해 11월 전체 지수를 100으로 재산정한 가운데 올해 1월 전용면적 60㎡ 이하의 아파트는 매매가격지수가 100으로 변동이 없었던 반면 전용 85㎡ 초과∼102㎡ 이하는 100.8, 135㎡ 초과는 101.0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중대형의 오름폭이 컸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용 60∼85㎡ 이하 중소형의 매매가격 지수도 100.2로 중대형보다 낮았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지수도 전용 60∼85㎡ 이하가 102.2인 반면 전용 85㎡ 초과∼102㎡ 이하와 전용 135㎡ 초과가 103.0로 중대형이 더 높다.
중대형 아파트는 참여정부 시절에도 강세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 강화,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의 규제가 새로 도입되면서 '똑똑한 한 채'가 유행하며 중대형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후 중대형 공급 물량 증가와 글로벌 경제위기 위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가 겹치며 중대형 아파트는 주택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그러다가 8·2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다시 강화되자 보유 주택수 축소와 함께 구입하는 주택형도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실제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2대책 이전 5개월(2017년 3∼7월)간 총 23만8천550건이었으나 8·2대책 이후 5개월(2017년 8월∼12월)간은 18만5천496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8·2대책 이전 5개월간 4만167건이 거래됐으나 대책 이후에는 4만342건으로 증가했다.
최근까지 중소형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오르다보니 정부 규제 강화 이후 수요가 주춤해진 반면, 가격이 저평가된 중대형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것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율이 강화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주택형을 종전보다 넓게 쓰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절대 금액이 비싼 서울보다는 수도권,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이미윤 책임연구원은 "중소형은 너무 많이 올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반면 중대형은 상대적으로 덜 올라 상승 기대감이 큰 것 같다"며 "강남 재건축 등 인기지역의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체 투자처로 수도권내 저평가된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청약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금융결제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8·2대책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전용 85㎡ 초과 새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8.71대 1로 대책 발표 전(평균 13.66대 1)보다 높아졌다.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이 대폭 강화되고 작년 9월부터는 전용 85㎡가 100% 가점제로 공급하면서 청약가점제가 낮은 사람들이 중대형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 아파트 공급물량이 감소하면서 희소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2006∼2007년에 걸쳐 전체 신규 분양 아파트의 34%, 37%에 달했던 중대형 아파트 공급물량은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려 2005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7∼8% 수준으로 급감했다.
공급 물량은 줄었는데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중대형 수요는 늘면서 일부 수요과 공급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며 중대형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계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윤 연구원은 "그간 상대적으로 중대형 아파트값이 덜 올랐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안목치수 적용 등으로 전용 85㎡의 설계가 과거보다 커졌고 중소형에 대한 선호현상은 여전해 중대형 아파트값이 계속 오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YNAPHOTO path='AKR20180211065300003_01_i.jpg' id='AKR20180211065300003_0101' title='' caption='서울시내 한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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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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