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남방주말…"8년전처럼 안당한다" 용기냈다 또 물갈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당국의 검열 지침을 어겨 필화(筆禍)를 겪었던 중국 주간지 남방주말(南方週末)이 중국 재벌 그룹의 자금난을 다룬 기사로 인해 다시 필화를 겪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11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황허와 왕웨이카이 두 명의 기자가 중국 재벌 그룹 하이항(海航·하이난항공)그룹의 부실 문제를 다룬 두 편의 기사가 당초 8일 자에 게재될 예정이었으나, 검열에 걸려 실리지 못했다.
5천자 안팎에 달하는 장문의 두 기사는 최근 수년간 거침없는 국내외 인수합병(M&A)으로 재계 순위가 급성장한 하이항그룹의 자금난과 경영 부실 문제를 상세하게 다뤘다.
이들 기사에 따르면 하이항그룹은 올해 1분기에 150억 위안 규모의 자금 부족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며, 과도한 부채에 의해 성장한 사업 방식이 중국 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검열로 기사가 실리지 못하자 황 기자는 인터넷에 기사 원문과 함께 취재 후기를 올렸다. 이와 함께 기사에 대한 판권을 포기하며, 다른 매체에 이 기사를 게재할 권리를 개방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8년 전에도 기사가 삭제되는 일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그때처럼 당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동료들의 만류로 해당 기사와 취재 후기를 인터넷에서 삭제했다. 이번 사태로 남방주말의 편집장이 면직됐으며, 중국 공산당과 가까운 전 편집장이 그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창간한 남방주말은 개혁 성향의 보도로 시련을 겪은 적이 있다.
8년 전인 2013년 신년호에서 남방주말은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라는 제목의 신년사에서 헌법을 바탕으로 국민의 권력 견제와 권력 분산 등 정치 개혁을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당시 광둥성 당국이 일방적으로 이 글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찬양하는 글로 바꿨다.
이 일로 기자들이 집단 성명을 내며 업무를 거부하고, 편집진이 대거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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