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첫 공식 시상식 풍경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김지헌 기자 = 국기 없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를 위한 첫 번째 공식 시상식은 다양한 색깔로 채워졌다.
11일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시상식에는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은 물론 동메달을 딴 세멘 옐리스트라토프(28)도 참가했다.
메달리스트 세 명 중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오른 옐리스트라토프는 회색 점퍼와 바지에 흰색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의 복장에서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그 어떤 표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대회에서 OAR가 러시아를 상징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색깔, 문양, 표식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OAR들이 입는 단복 역시 중립적인 색상을 사용해 제작된 것이다.
메달리스트 소속 국가의 국기가 걸려야 할 게양대에도 러시아 국기 대신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가 내걸렸다.
오륜기의 기본 색상인 검정, 파랑, 노랑, 초록, 빨간색이 들어가 러시아 국기의 일부 색깔과 겹치기는 했으나 여기서도 러시아는 배제됐다.
그러나 무대 밑에 마련된 관중석에서는 러시아의 상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옐리스트라토프 이름이 불리고 그가 시상대에 오를 때 관중석의 일부 러시아 팬들은 백·청·적색의 러시아 국기를 몸에 휘감고 크게 환호하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선수나 관계자가 아닌 일반 팬들은 러시아 국기를 드는 것이 허용된다.
옐리스트라토프에 관한 관심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도 이어졌다. 러시아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그에게 달려들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옐리스트라토프는 영어를 못한다며 다른 나라 매체와는 인터뷰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일 경기 종료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통역을 통해 "러시아 스포츠가 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냈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이 메달을 불공평한 방식으로 올림픽에서 배제된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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