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 구분 없는 복마전…각국 정치적 이해 상충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내전이 7년째 접어든 시리아가 중동분쟁이 집약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 주변국이 제집 드나들듯 시리아 내전에 발을 담그면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과시하는 판에 급기야 이스라엘까지 직접 참전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자국의 전투기가 시리아군의 대공 미사일에 격추되자 사실상 시리아 내전에 무력개입을 선언했다.
이스라엘군이 11일 밝힌 경위는 이렇다.
10일(현지시간) 오전 4시 25분 자국 공군 헬리콥터가 이란의 무인기를 격추했고, 1시간 뒤 전투기 편대가 무인기의 발진 기지인 시리아 남부 이란군 시설을 공습했다.
공습하던 중 오전 6시 시리아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전투기 1대가 격추됐다. 이스라엘 공군은 오전 8시 45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시리아군과 이란군의 대공 방어 시설 12곳을 대규모로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미사일 수십 발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보면 이들이 폭격한 곳은 시리아였지만 궁극적인 표적은 적성국 이란이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 작전 중 시리아 정부가 아니라 이를 지탱하는 이란을 '주적'으로 떠올렸을 게 분명하다.
범위를 넓히면 이스라엘의 시리아에 대한 직접 무력개입은 미국과 이란 또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볼 수도 있다.
중동분쟁에 이스라엘의 등장은 차원이 다른 폭발력을 지닌다.
종교와 민족이 다른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 팔레스타인분쟁을 둘러싸고 아랍 이슬람권과 70년간 반목의 역사를 이어왔다.
비아랍계인 이란은 아랍권 이상으로 적대감이 크다. 이스라엘을 미국과 함께 '사탄'으로 일컫는다. 이란 정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스라엘이라는 국호 대신 '시온주의 정권'으로 칭할 정도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는 숙적 관계인 이스라엘과 이슬람권, 특히 이란이 중심이 된 '시아파 벨트'가 치고받는 전쟁터가 될 공산이 커졌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가장 군사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군사개입의 강도도 높을 우려도 크다.
시리아 북쪽 아프린에서는 터키가 자국의 이익에 따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쿠르드족 소탕을 구실로 지난달부터 자의적으로 국경을 넘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인 이슬람국가(IS) 소탕에 전공을 세웠으나 터키는 IS가 위축되자 총구를 이들에게 돌렸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시리아 내전은 피아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복마전이다.
시리아에 발을 담근 외부세력은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최대한 단순화해봐도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이란, 러시아와 이들에 맞선 반군의 배후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반군 가운데는 터키가 지원하는 세력도 존재하는 데 터키가 소탕작전을 벌이는 쿠르드족은 미국이 지원했다. 그러나 터키는 IS 격퇴를 위해 미군이 주도해 구성한 국제동맹군의 일원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러시아, 터키는 미국과 별도로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아스타나 평화회담을 이끈다. 그렇지만 이란과 러시아는 터키의 쿠르드족 소탕작전에 반대한다.
중동 내 무장조직 가운데 최상위급 전투력을 보유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시리아 정부를 지원했다. 이번에 이스라엘 전투기가 격추되자 헤즈볼라는 "대이스라엘 전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환영했다.
여기에 이란의 최대 적성국이자 헤즈볼라와 준전시 상황인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이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무력개입에 즉시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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