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차몰고 망토입고 빈곤지역 시찰한 시진핑에 '우상화' 논란

입력 2018-02-12 10:51   수정 2018-02-12 13:50

직접 차몰고 망토입고 빈곤지역 시찰한 시진핑에 '우상화' 논란

극빈 고산지 방문, 현지 특산물 망토차림으로 탈빈곤 대책 논의
인민일보·CCTV, 시진핑 소재 단편영화 '인민영수' 제작해 배포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시간 직접 차를 몰고 쓰촨(四川)성의 가난한 산골마을을 시찰했다. 망토차림이 눈길을 끌었다.
1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0일 오전 쓰촨성 사오줴(昭覺)현의 깊은 산골마을 싼허(三河)촌과 화푸(火普)촌 2개 마을을 찾아 현지 소수민족인 이족의 빈곤가정을 둘러봤다. 시 주석은 시창(西昌)시에서 직접 차를 몰고 2시간여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을의 상황과 난방 여부 등을 보고 물으며 주민들의 말을 청취했다. 이어 현지 간부들과 빈곤퇴치 정책을 논의했다.
이날 시찰에서 시 주석은 흰색 망토 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통신은 이 망토가 고산지대에서 기르는 고급 면양에서 얻은 양모로 만든 것으로 수공예로 제작하는데 1개월 가량 걸리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지 소수민족들이 겨울에 걸치는 전통 복식을 선물받은 것이었지만 과거 혁명 열사와 영웅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최근 시 주석 우상화 논란으로 이어졌다.
때마침 중국 관영 매체들이 시 주석에 대한 단편영화 '인민 영수'를 제작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중국중앙(CC)TV가 공동 제작한 이 5분43초짜리 영상은 시 주석의 나레이션으로 농촌 서민들의 고통을 돌아보는 정치적 풍모를 그리고 있다.
영상은 시 주석의 지식청년 시절부터 시작해 농촌 지도자 시절 곡괭이를 둘러매고 농민들과 밭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 주석의 '친서민 지도자'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중국 당국이 추진 중인 농촌지역 '화장실 혁명'도 이 때의 경험이 시초가 됐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영상 속에서 "인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탈빈곤 정책을 잘 추진해야 한다. 또 인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부패 현상이다. 우리는 결코 흔들림없이 반부패를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처음 포털 써우후(搜狐)영상에 올려진 다음 인기 온라인매체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가 최상위 추천 영상으로 올리는 등 중국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시진핑 추켜세우기 영상'은 지난해 11월 CCTV가 시 주석의 지식청년 시절부터 최고지도자까지 이르는 역정을 친(親)서민 이미지로 각색한 단편영상 '공복(公僕)의 길'을 방송한지 3개월 만이다.
특히 시 주석에 대해 사라졌던 '영수'(領袖) 칭호가 다시 등장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가 끝난 뒤 열린 첫 정치국 회의에서 시 주석은 영수 칭호를 부여받았다.
당시 시 주석은 "전당이 옹호하고 인민이 우러르며, 그렇게 되어도 부끄럽지 않은 당의 영수"라고 일컬어졌다. 우두머리란 뜻의 영수는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을 수식하기 위한 전용 단어로 사용됐던 호칭이다.
곧이어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경쟁적으로 시 주석을 '위대한 영수', '영명한 영수' 등으로 호칭하자 중국 당국은 개인 숭배 색채가 짙은 이 용어를 다시는 사용하지 말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에 대해서는 영수 칭호가 사라진채 '핵심'으로 복귀했다가 이번에 다시 '인민영수'라는 다소 중화된 호칭으로 살아난 것이다.
좡더수이(莊德水) 베이징대 염정건설연구센터 부주임은 "관영 매체들이 먼저 지침을 준 것"이라며 "영수 칭호 자체보다는 그 목적이 더 중요하다. 당과 시진핑 개인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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