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자가용 안 써 추적 피해…경찰 동선 분석해 검거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형사님들이 체포해주셔서 고맙고 범죄자인 저를 일반인처럼 친절하게 대해줘서 감사합니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한 A(27)씨에게서 난데없는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A씨가 그간 저지른 범행을 반성하고 죗값을 치른 뒤 평범하게 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가 경찰과 인연 아닌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그해 7월부터 한 택배회사에서 배달기사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9월에 배송물품 가운데 휴대전화가 여러 대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었다.
시가 9천여만원에 이르는 휴대전화 112대를 들고 달아나 서울에 있는 장물업자를 만나 4천여만원을 받고 팔아넘겼다.
이미 물건을 훔쳐 돌아갈 곳이 없던 그는 한동안 범죄 수익금으로 살다가 2014년 초에 전남 광양에 있는 커피숍과 빨래방에 들어가 현금 5만원을 빼내 달아났고 그 뒤 상가털이 절도범으로 생활했다.
전국을 돌며 보안이 허술한 식당, 커피숍, 인형뽑기방 등에 침입해 금고나 책상에 보관 중인 돈을 훔쳐 생활비로 사용했다.
그동안 다닌 곳만 해도 전국 75개 시·군·구나 되고 절도질은 234차례, 훔친 돈은 약 2억원이다.
그러나 그는 4년이 넘는 기간에 경찰에 전혀 붙잡히지 않았다.
완전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마스크를 끼지 않았고 지문도 남겼다. 경찰도 이미 그의 신원을 알고 수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여느 성인과 달리 휴대전화를 쓰지 않았고 자기 차도 없었다. 이동할 때는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흔히 쓰는 수사기법인 통신조회나 폐쇄회로(CC)TV로 차 이동 경로를 추적해 범인을 붙잡는 방식은 먹히지 않았다.
가족이나 친구와도 연락을 끊고 살았고 약간의 돈을 훔친 뒤에는 한동안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다.
전국 50여개 경찰서가 1년여 전부터 A씨 추적 전담팀을 꾸렸음에도 검거에 실패한 원인이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8월 포항과 구미에서 A씨가 금품을 훔치자 같은 해 10월부터 본격 수사에 뛰어들었다.
A씨 동선을 분석한 결과 금품을 훔친 뒤에는 50㎞ 이상 먼 곳으로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안 A씨 뒤를 쫓아 잠복 수사했으나 허탕만 치던 경찰은 지난달 28일 대구 혁신도시에서 A씨가 금품을 훔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어디로 갈지 예측한 결과 김천, 포항, 부산, 경남 진주가 대상에 올랐다.
A씨가 주로 혁신도시나 신도시에서 범행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광수대는 4곳에 각각 형사 2명씩 파견해 잠복근무를 하게 했다.
그러던 중 같은 달 30일 오전 2시 진주 혁신도시 한 인형뽑기방에서 금품을 털려다가 실패하고 나오는 A씨를 발견해 붙잡았다.
형사들이 그동안 A씨 인상착의나 걸음걸이까지 딱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집요하게 추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A씨도 현장에서 자신을 붙잡은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경찰은 최근 특수절도 혐의로 A씨를 구속한 뒤 검찰에 넘겼다.
A씨는 구치소에서 그동안 심정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체포되기 전까지는 두려움이 많았으나 이제 죗값을 치르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피해받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썼다.
장찬익 경북경찰청 광수대장은 12일 "그동안 A씨를 검거하기 위해 전국 경찰이 전담팀을 구성할 정도로 애를 먹었다"며 "A씨가 죗값을 치르고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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