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한 대학생이 흉기를 든 채 가톨릭 성당을 습격해 독일인 80대 신부 등 4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12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상해 등 혐의로 바뉴왕이 출신 대학생 술리요노(23)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술리요노는 현지시각으로 전날 오전 10시께 욕야카르타 인근 슬레만 리젠시(군·郡)의 한 성당에 날길이가 1m에 달하는 흉기를 들고 침입해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예수상과 성모상의 머리 부위를 부수며 10여분간 소란을 벌이다가 출동한 경찰관의 총에 맞고 제압됐다.
경찰 당국자는 "이 과정에서 독일 출신으로 1964년부터 인도네시아에 머물러 온 칼 에드문드 프리어(81) 신부와 미사를 보던 주민 2명, 경찰관 1명이 흉기에 맞거나 폭행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돼 저지른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2억6천만 인구의 87.2%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는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온건하고 관용적인 이슬람 국가로 분류되지만, 최근들어 원리주의와 종교적 배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6년 11월에는 동(東) 칼리만탄 주의 교회에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화염병을 던져 2살 여아가 숨지고 2∼4살 어린이 3명이 중화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달 7일에는 자카르타 인근 탕에랑 지역의 한 마을에서 무슬림 주민들이 불교 승려를 겁박해 지역 내에서 종교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이 '다양성 속의 통합'이란 자국의 건국이념에 어긋난다면서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표방한 극단주의 무슬림 단체를 해산하는 등 조치를 취해왔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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