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국립고궁박물관서 이색 전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만 한 무채색 토우(土偶·흙으로 빚은 인형)에 형형색색의 레고가 결합했다. 마치 원래 짝이었던 것처럼 모습이 꽤 조화롭다.
신라의 천년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사적 제16호)에서 나온 토우는 레고의 사람 모형과 크기가 엇비슷하다. 사진작가 양현모는 상상력을 발휘해 스키를 타거나 아이스하키를 하는 토우 이미지를 만들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2일 만난 박윤정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발굴하는 사람들은 토우를 보고 레고를 연상하지 못한다"며 "다소 거친 질감의 토우와 매끈한 레고의 사진을 합성하니 토우에 생명이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월성을 발굴하고 있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이날 개막한 프로젝트전 '월月:성城'은 미술작가 3명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월성을 보여주는 이색 전시다. 양현모와 함께 사진을 전공한 이상윤, 이인희가 참여했다.
양현모의 작품이 발랄하고 세련됐다면, 이상윤이 선보이는 사진은 어둡고 강렬하다. 그는 월성에서 출토된 토기를 쟁반 위에 올려두고 찍었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이상윤 작가는 1천500∼1천600년 전에 값비싼 명품이었던 토기를 어떻게 포장했을지 고민하면서 작업했다고 한다"며 "위에서 내려다본 신라 토기는 보름달이나 반달 같다"고 설명했다.
이상윤이 제작한 또 다른 작품은 월성에서 나온 동물 뼈를 활용했다. 작가는 뼈의 고고학·생물학 특성이 아닌 조형성에 주목해 미스터리한 이미지를 창조했다.
이인희는 적외선카메라, 디지털카메라, 3D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에 출품했다. 적외선카메라로 찍은 뒤 흑백 이미지로 바꾼 사진과 어스름이 깔린 월성의 모습을 디지털카메라로 담은 작품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발굴은 흙을 제거하는 작업이어서 현장의 풍경이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며 "이인희 작가는 학술적이지 않은 예술적 기록 작업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연구자가 아닌 예술가의 시선으로 보는 월성이 궁금해 전시를 기획했다"며 "사람들이 월성을 비롯한 경주의 각종 문화재를 친근한 문화 공간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설날인 16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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